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일까요? 다시 제자리.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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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일까요? 다시 제자리. 정보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일까요? 다시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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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벤지님 말씀처럼,

의뢰 - 제작 - 납품 - (허무)

이렇게 13년을 살아오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심하게 말하면)환멸을 느껴 왔습니다.

사회생활 15년 중 2년간은 키보드에서 손을 놨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감자떡을 팔고 상주에서 곶감을 떼다 팔고 옥수수도 팔고 , 쇼핑몰을 해 보겠다고 악세서리도 팔고 옷도 팔면서 외도(?)했던 짧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참 어린 나이였습니다.

결국엔 다시 이 자리로 돌아와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그때 외도에 실패하면서 준비 없이 나가지 말자고 결심한 게 이바닦을 떠나지 못한 구심점이였는지 모릅니다.

 

나이가 불혹에 들어서니 마음이 더 조급해집니다.

성공에 대한 갈망은 더 막연해지면서 부피는 커집니다.

그렇게 혼란을 겪으면서 대학원을 진학하게 되었죠.

왜?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답이 너무 복잡합니다.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나의 미래를 살고 있었습니다.

IT 계열 공학박사(전혀 고학력처럼 안 보이지만)가 시골에서 퇴비 연구하고 이모작을 연구하고 농부들과 길바닦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생협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아마 그 사람을 따라하면 뭔가 답이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배워두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뭔가 쓸모가 있겠지, 혹은 사회적인 입지를 얻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그런 속물스런 의도도 전혀 없지 않았습니다.

 

나는 촌놈을 자부하던 사람입니다.

촌에서 태어났고 촌에서 계속 살면서 흙을 밟고 흙을 만지면서 살았으니 촌 생활은 누구보다 자신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쉽게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수개월간 귀농을 준비하면서 첫번째 시도에서 쓴맛을 봤습니다.

1초 카운터 펀치를 맞은 기분입니다.

정신이 얼얼하니 넓은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탁 트인 시야와 파도가 들려주는 알파음은 마음을 진정 시키기게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도피처로 돌아왔습니다.

힘들고 적응하지 못해 그동안 늘 떠날 생각으로 버텨 왔던 이 자리에, 여러가지 위안과 핑계거리를 마련해 두고  다시 돌아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다시 이 자리로 돌아 오기로 결심한 만큼 전과는 같아서는 안 된다는 중압감을 스스로에게 부여합니다.

나는 한번도 전성기를 맞이한 적이 없다는 각오로, 지금까지 늘 해왔던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마음가짐으로 재도약을 할까 합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보니 나 자신이 참으로 미숙합니다.

나는 곧 떠날 사람, 그렇게 살아오면서 미뤄 뒀던 새로운 지식들을 공부해야 하고,

성인군자인 척 하면서 그동안 가까이 해보려 노력하지 않았던 돈에 대한 욕심을 갖어야 하고,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만 문제 없으면 된다던 생각을 고쳐먹고 내 주변, 직원이 됐든 가족이 됐든

나도 이젠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어야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에 절실하게 깨달은 게 있습니다.

위기 일 때 사람은 혼자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

넋두리이자 공개적으로 저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입니다.

귀중한 시간을 뺐었다면 죄송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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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개

끝이 보이면 시작이 보입니다.
또한 시작이 보이면 끝이 보이는 것이죠.

다만... 시작을 했을 때 끝을 봐야 합니다.
중간에 멈추었을 때는 많은 시간을 손실하게 됩니다.

꿈보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답이 쉬워집니다.
좋은 시작과 결과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한 7, 8년 전에 저에게 이런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외도는 하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이제라고 깊히 새겨서 살아야 할 거 같습니다.
그렇게 점점 보수적이 되나봐요.
그래서 나이들어서 하는 도전이 더 대단해 보이나 봅니다.
같은 노선을 걷기로 한 것이지만 제2의 도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
사업 실폐를 몇번이나 했던분들이 "성공 하시거나, 어느 정도의 궤도에 진입한다" 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디플레이션 얘기가 슬슬 나오는 상황이라, 경기가 넘  않 좋다보니.....

아시는 내용이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올꺼라는 믿음으로
공부하며 때를 기다리는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힘내세요.......^-^
분명히 다시 돌아오기 전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를 옥죄는 것이지만 부담은 상당하네요.
이렇게 작정을 하고 보니 제가 모자란 게 너무 많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인맥 한 둘이면 소소한 일거리들이 계속 들어오니 지금까지 거기에 만족하면서 살았네요.
그만 두더라도 제대로 해보고 그만두자고 결심하고 보니 제가 사업적으로 아는 게 너무 없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선배님들의 경험과 조언을 구하도록 하겠습니다. ^^;;; 도와주십쇼.
IMF 때 오히려 더 바빠서 잠잘 시간도 없었는대
IT 입문 이후 이렇게 경기가 않 좋은건 처음 느껴봐요.....

일거리가 씨가 말라서, 방황중이예요......ㅠ_ㅠ
그 시절 생각해보면 저도 새록새록 합니다.
수도권, 지방 할 거 없이 온라인 창업 붐이여서 한 달에 쇼핑몰을 세 개씩 만들기도 하고 도저히 감당이 안 되서 다른 업체에 넘겨 주기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런 호시절은 마감을 한 거 같아요.

그동안 제가 일을 하면서 사실, 나 같은 고급 개발자가 이런 일까지 해야 되나 하면서 배부른 짓을 하고 거절한 일 들이 꽤 있습니다.
정말 이런 시절이 올 줄 몰랐던 것이죠.
^^
함께 힘 내요.
바보천사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글이었습니다.
뭐라 위로의 말씀도 격려의 말씀도 드리는 것이 조심스러워서 한 말씀만 드릴께요~
믿습니다 ^^ 화이팅!!
https://www.facebook.com/hopefulimsil
제가 꿈꾸는 살고 싶은 풍경입니다.
이건 뭐 실향민도 아니고... ㅎㅎㅎ
그날을 위해 오늘 하루 좀더 빡시게...
천사님 천사님 실력이라면
열심히만 일하시면
일반 월급쟁이보다는 나을듯 싶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어떤 사업이 컴퓨터 한개(50만원)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있습니까?
다른 사업은 보통 자본금이 엄청 들어갑니다.

프로그래머들이 어렵다하지만 동네 치킨집등 문닫는 곳이 많습니다.
그들이 문닫으면 그들이 문만 닫는게 아니라 엄청난 투자 자본금(평생 모은 퇴지금 날림)만큼 피해가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들은 손해보는게 거의 없지 않을까요?

아이디어만 잘 떠올리면 일반 월급장이뿐 아니라 웬만한 사장들보다 나을듯 싶습니다.

일반 동네 장사 사장들만큼만 열심히 일해도 그 들보다 더 벌수 있을 능력을 가지신 분이시니

천사님의 단점만 보시지 마시고 장점도 이제는 돌아보심이.


제가봐서는 천사님이 힘이 없는 원인이 외로워서 같습니다.
빨리 짝을 찾으시면 기운이 나실듯
자신감이 없는 게 제일 약점이긴 합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도 맞구요.
이제라도 조금씩 극복해 가야겠죠.
멘탈이 약한 편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없으니 적당히 나쁜 놈 소리도 들어가면서 저항하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힘 냈으면 합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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