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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 (紅日, 붉은날) 정보

홍일 (紅日, 붉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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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r.kr/cm_free/1368005#c_1368016 

댓글에서 영감을 얻어 끄적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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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 (紅日, 붉은날)

 

아침 6시

어느새 눈이 떠진다.

손을 더듬어 안경을 찾는다. 밤새 식은 안경테의 무심한 차가움이 손끝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렌즈가 닿는다. 닦아야겠군 생각하며 안경닦이를 어디다 두었는지 생각해본다.

세수하고 나면 생각나겠지. 책상 위나 어딘가에 있겠지.

 

거울을 마주하고 물을 튼다. 부시시한 머리숱이 오늘따라 유난하다.

손으로 이마부터 정수리까지 한번 쓱 훑어보곤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인다.

거울 속의 내가 쑥쓰럽다.

 

손가락 사이로 잡힌 머리카락 몇 올을 잠시 내려본다.

허무함이라도 씻어내려는 듯 이내 흐르는 물에 씻어내려보낸다.

안녕.

 

어느새 일어난 아내가 분주히 아침을 차리고 있다.

냉장고에서 막 우유를 꺼내던 아내가 조금은 무미하게 시리얼 괜찮지? 한다.

꺼낸 우유를 열어 볼에 따른다. 시리얼을 넣는다.

언제 썰어두었던지 제법 과일도 몇조각 들어간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우유가 차갑게 입 안을 적신다.

점심은 된장찌개를 먹어야겠군.

아이들이 부시시 일어난다.

 

집을 나선다.

언제 그랬냐는 듯 쌀쌀한 기운마저 감돈다.

옷깃을 조금 여미며 어휴 괜한 헛기침을 한번 해본다.

천천히 걷는다. 조금 속도를 올려보기도 했다가 느릿느릿도 했다가 여유만만이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지난 주 플레이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그 때 발에 힘을 조금만 뺐으면 제대로 받았을 텐데...

프로바둑기사 마냥 복기를 한다.

응팔에 나온 최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무실에 도착한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안경테처럼 의자도 약간 서늘하다.

빨리 달구기라도 하려는 듯 의자를 지긋이 누르며 앉아본다.

컴퓨터를 켠다. 소음 한톨 나지 않는 본체가 파란 불빛을 끔뻑거린다.

모니터를 켜고,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마시고 커피를 한 잔 탄다.

거래처에서 연초마다 돌리는 다이어리를 연다.

회식 날이군.

 

가만 있어봐라...

파이어폭스를 열어 냑 콘텐츠몰에 접속한다.

판매된 건이 있는지 본다. 없다.

기실 유료 콘텐츠가 팔리는 날 회식을 하기로 했는데 도통 기약이 없는 것이다.

크흠 아쉬움을 짧게 쏟아낸다.

 

새로 등록된 콘텐츠는 한 건. 무료다.

천천히 이미 등록된 콘텐츠들을 살펴본다.

지운아빠란 놈은 가격이 안드로메다급이다.

나머지는 왜 안 팔리는지 모르겠다.

 

콘텐츠를 올렸는데 왜 사질 못하니.

김첨지 마냥 속으로 울부짖는다.

 

기왕에 회식날인 것이다.

판매수수료로 회식을 하고 싶다.

애드센스 수수료는 이미 한바퀴 돌아 멀었다.

그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아직 죽지 않았군 조금 으쓱한다. 알파고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지운아빠 콘텐츠를 클릭한다.

조금 움츠러들었던 아침에 비해 손놀림이 경쾌하다.

틱 틱 따타닥

 

결제를 한다. 음... 10카피면... 수수료가 450만원이군.

1년치는 되겠어 심장박동이 완만하게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묘한 흥분감이 서서히 오른다.

무회전으로 들어온 상대의 서브를 가볍게 받아낸 것처럼 조금 짜릿한 기분에 들뜬다.

 

그렇게 그는 1년치 회식비를 번다.

지운아빠 테마 10카피를 구입하여.

 

오늘 회식은 투뿔 한우다.

벌써부터 저녁이 기다려진다.

 

붉은날.

 

http://sir.kr/cmall/item.php?it_id=147263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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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개

아침 6시

어느새 눈이 떠진다.

손을 더듬어 안경을 찾는다. 밤새 식은 안경테의 무심한 차가움이 손끝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렌즈가 닿는다. 닦아야겠군 생각하며 안경닦이를 어디다 두었는지 생각해본다.

세수하고 나면 생각나겠지. 책상 위나 어딘가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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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잠이 없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5시전에 잠에서 깨면 하루 종일 피곤해서 사무실에서 도망이라도 가고 싶습니다.
안경테... 플라스틱 쪼가리가 차가웠다 뜨거웠다 하지는 않습니다.
저희집 아직은 그렇게 춥지 않습니다.
안경은 하루에 한번 눈앞이 뿌옇게 보이면 닦을까 말까 하고 일어나자 마자 닦지는 않아요.
세수는 아침밥을 먹고 큰일 치루면서 같이 하죠.
나머지는 다 인정하시는 건가요? 켈켈켈

차가운 안경테, 의자, 미지근한 물 모두 리자님의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도구로 쓰인 것이죠. 알만한 분이 이러시면 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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