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우체국인데 우편물이 반송되었다고 하는 사기전화가 또 왔습니다.

어제는 받고  "야~! 할 일이 그렇게 없냐?"  하면서 끊었었는데, 멍충이들 오늘 또 걸었네요...

오늘은 심심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한번 속는척 했습니다.

대충 시나리오가 다음과 같더군요.

1. [우체국직원] 우체국인데 등기가 반송되었다. 이름이 뭐야 -> 김기동이다(가짜이름) -> 핸폰번호가 어떻게 되냐? -> 011-xxx-xxxx (가짜번호)다.. -> 조회해 보겠다..(잠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ㅋㅋ) 잠시후 -> 조회해 보니 김기동 앞으로 신용카드가 반송되었다.  신청한적 있느냐? -> 없다. -> 그러면 범인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만든것 같으니 경찰청에 신고해 주겠다. -> 알았다. -> 경찰청에서 전화가 갈거다.. ( 가짜이름 대었는데도 그 이름으로 신용카드가 나왔데네요??)

2. 5분후, [경찰형사 전화옴]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강형사다. 접수받았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신용카드가 만들어진것 같다. 이 카드로 당신의 다른 구좌의 돈을 빼갈지도 모르니 당신 구좌를 경찰청에 등록해 두면 등록된 계좌 이외에 다른 계좌가 개설되면 자동으로 통지되고, 혹시라도 가지고 있는 등록된 계좌에서 돈이 유출되면 나라에서 보상도 해준다...(..우~좋은 나라야...^ ^)  은행계좌에 현재 얼마정도 있나?  안전코드를 등록하면 그 돈을 보호할 수 있다..(내가 현재 얼마나 있나.. 알아내기 위한 속임수임..) -> 3천만원 정도 있다. -> 그러면 안전등록을 해두는게 좋다. 계좌의 안전코드 등록은 형사과장님만 할 수 있다.  좀 있다가 전화가 다시 갈거다. 기다려라... -> 알았다. (음~ 좀 더 확실히 속일려고 한단계 더 거치네요...피라미드 뺨쳐..^ ^)

3. 다시 5분뒤, [형사과장 전화옴] 강형사에게 안전코드를 등록한다고 접수 받았다.  경찰도 개인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면 안되니까, 거래은행 현금지급기에서 안전코드를 입력하면 된다.  언제쯤 은행에 갈 수 있나?

말도 깁니다.  각 단계별로 한 10분 정도씩은 이야기 하더군요.. (요즘 이런 사기사건이 많이 나서 정말 주의해야 한다면서...ㅋㅋ)

끝까지 하고 싶었지만 은행 앞에 가서 전화 받으려면 진짜 핸폰 번호를 알려 줘야 할것 같아서 이만 하기로 하였습니다. 

나 : 잠깐 형사님,  

형사과장 : 네?

나 :  친절히 해주시는건 좋은데, 너무 말이 많아서 이제 재미 없어요... 우체국 버전 레파토리도 지겹구요...^ ^

형사과장 : 우씨... ㅅ ㅅㅣ 발놈  재밌냐?...(화났음..ㅋㅋ)

나 : 응~ 재밌어..  나중에 버전 바뀌면 또해줘...ㅋㅋ

뚝......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앞으로 이런 사기전화가 올때 사기전화임을 알면 그냥 끊지말고  저처럼 끝까지 속아주는 척 해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사기꾼들도 계속 입 아프게 말하다 보면 이 장사는 안되겠구나... 하고 알고 저절로 그만두지 않을까 싶더군요.

열심히 30분 사람 바꿔 가면서 사기 쳤는데... 맨 나중에... 속는 줄 아는 사람이 메롱~ 하고 끊으면 사기꾼도 얼마나 허탈할까요?

우리 모두 이런 사기전화 오면 친철히(?) 마지막까지 응대해 주는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거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사기인줄 눈치 챈 사람들은 받자마다 끊으니까 걸릴때 까지 자동 발신기로 계속해서 하는것 같습니다. 

처음 자동응답에서 사람이 9번 누를때 까지는 기계가 하니까 사기꾼들은 사람이 반응이 있을때 까지 기다리다가 낚시에 걸리면 그때부터 작업을 하는 거잖아요.

심심한 분들 엉뚱한데 장난전화하지 마시고, 이런 사기전화 오면 꼭 한번 해보세요... 사기꾼을 속이는 재미가 참 재밌어요..^ ^

다음번에 또오면 이번에는 핸폰은 진짜로 알려주고 마지막 은행 현금지급기 상황까지 가 보겠습니다.... 다음 버전을 기대해 주세요....

추신) 당황하지 않게 미리 전화기 옆에 자기의 [가짜이름] [가짜 핸폰번호] [가짜 은행계좌와 예금액(금액이 클수록 달라 붙음..^ ^)] 등을 준비해 두면 사기꾼들을 완벽히 속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