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래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제가 하청을 받고 있죠.

8년 정도 된 업체인데 실력은 참 형편 없습니다.

PHP 코딩 한 줄 아는 사람이 없고 JS, CSS가 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웹에이전시를 해 먹을 수 있는 건 XE 덕분입니다.

8만원짜리 스킨을 사서 디자인 변경해서 100만원에 납풍하는 일을 합니다.

옛날엔 게시판 적용하는 것도 못해서 제가 게시판 연동 15만원씩 받고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일한지는 5년 정도 됐고 그 사람이 XE를 다루면서는 저와 거래 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두 명이 있고 인턴 한 명이 있는데 매출은 1.5억 정도가 됩니다.

성격은 저랑 참 안 맞습니다.

기자 출신이라 영업 능력은 탁월합니다.

이번에 제가 큰맘 먹고 프로그램 작업은 내가 해 줄테니 큰 거 물어와라 했더니 정말 큰 걸 물어 왔습니다.

그런데 홈페이지 원리를 전혀 모릅니다.

기획안을 작성해서 보내달라 했더니 어디부터 뭘 써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쓰던 샘플을 보내 줬는데 홈페이지를 어떤 형태로 구현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니 말로만 설명하려고 합니다.

창보 센터에서 국가 보조금도 몇 천만원씩 받았는데 수준이 이런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PSD로 디자인만이라도 해서 보내 주면 내가 구상을 해 보겠다 했더니 JPG 세 장 왔습니다.

그래도 제가 경험이 있으니까 일단 경험을 바탕으로 레이아웃 잡고 스킨 만들고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작업 하다보면 나머지 디자인 넘어오겠지 했는데 아직 깜깜 무소식입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의뢰인이 요구하는 사항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서로 만나서 계속 한 얘기 무한 반복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문제는 이게 벌써 두 달째라는 것이죠.

서로 성격은 안 맞지만 제가 이 사람과 함게 해보자고 마음 먹은대는 이 사람 영업 능력이 좋고 웹디자이너를 보유하고 있으니 제가 조금만 참고 이 사람을 맞춰주면 협업 할 수 있는 부분이 많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식이면 협업은 커녕 제가 이 업체 뒤치닥거리나 하게 생겼습니다.

첫 프로젝트이긴 한데 너무 섣부른 판단일지 더 복잡해지기 전에 단절해야 하는 건지 어렵네요.

이 사람이 영업을 참 잘 합니다.

분명 그 부분에서는 저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책임감이 없고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습니다.

저의 처세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