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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택시 기사의 루틴 정보

어느 택시 기사의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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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퇴근해서 주차를 하려는데 차량의 가스 충전 불이 들어와 아침 시간 절약을 위해 집 근처 LPG 충전소에 들렀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차량이 두 대 밖에 없어 기다리지 않고 충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 뒤에 있는 택시에서 가벼운 실랑이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인가 싶어 사이드 미러로 지켜 봤습니다.

 

 택시 기사분이 차에서 내려 가스 충전기를 들고 있는 것을 직원이 빼앗으며 “당신한테는 가스 안 판다고, 차 빼세요 사장님.”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 60대 직원분 평소에 참 친절한 분이었는데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보고 당황했습니다. 몇 번의 고성이 오가고 결국 택시는 가스를 넣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저 1234번 택시는 앞으로도 절대 가스 넣어주지 마.”

하며 다른 아르바이트 친구에게도 당부했습니다.

사장이 아닌 사람이 저 정도면 충전소 사장님이 지시를 내린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차에 충전이 다 돼서 그 직원분이 제 카드를 받고 결제하는 사이, 무슨 일인지 여쭈었습니다.

 

 그분의 말에 따르면, 그 택시 기사는 충전을 할 때 오른편 제일 뒤편 충전기에서만 가스를 넣어야 하는 사람이랍니다.

 

 가장 바쁜 아침 택시 교대시간에 앞자리가 비어도 제일 뒷자리에서만 가스를 넣겠다고 버티며 비켜주지 않아 다른 차들이 가스를 못 넣는다는 겁니다. 다른 택시 기사들이 아무리 경적을 울리고 뭐라 욕을 해도 꿋꿋하게 그래 왔다네요. 

 

그러다가 결국 특단의 초치를 당한 것이죠.

 

은퇴한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박한이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방망이로 홈플레이트 찍고, 장갑 찍찍이 풀었다 붙이고, 헬멧 벗어 냄새도 맡고 자신만의 루틴을 이어가는 바람에 별명이 킁킁이가 됐는데, 그 택시 기사분은 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루틴을 만들었을까?

 

지금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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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아주 오래전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 교통사고가 떠오르네요.
멀리 계모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골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로 들어서서 속도를 줄여 가고 있는데
인도에서 둥그렇게 모여 놀던 아이들 중에 하나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었습니다.
술래잡기 비슷한 놀이를 했나봐요.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차들의 행렬중에 제 차가 제일 앞이었습니다.
"갓길로 비켜서 양보해주고 뒤따라 갈 걸..."
두고두고 후회가 되더군요.

아이 아빠가 오랫동안 버스운전을 했던 분이라 이해해줘서 잘 해결이 되었지만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아주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 양반도 말 못할 뭔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이유라면 말하고 양해구하고, 아침같은 바쁜시간엔 알아서 피해가고, 비켜달라면 비켜줘야죠,,
저건 그냥 암덩어리...
저도 함참 운전에 재미를 붙이던 2년차에 눈길에서 사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속도도 낮춰서 운전하는데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아 저도 같이 제동을 했는데 그냥 미끌려 가더라구요. 지금까지 그 교훈때문에 눈길에는 특히 주의합니다.
궁금한이야기Y에서 다뤄주면 좋겠네요. 이유가 정말 궁금하네요.
땅속에 박힌 바위처럼 땅 위로 조금 솟아 오른 단편만 봤을 땐 작은 돌덩어리인 줄 알았는데 막상 파고보면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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