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개발자(프로그래머)는 아니지만

어렸을 땐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던 적이

있읍니다.

왜 그랬는고 하니,

그 당시 비베(비주얼 베이직이라는 뜻)로

처음 입문할 때

간단한 프로그램 만드는 게 너무 쉬웠는데

윈도우창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 게

어린 마음에 그렇게 신기했읍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 왕국 건설이라는

책 때문이었읍니다.

그 책을 보면 밤새 코딩하다 담요 덮어쓰고

기절했다 다시 깨서 커피를... 마셨댔나... 암튼

다시 깨서 또 밤새 코딩하다 쓰러져자는

빌 게이츠의 모습이 묘사되는데

그런 점에서 어렴풋한 낭만 같은 걸

진하게 느꼈던 것 같읍니다.

그리고 집이 가난해 농구 같은 공놀이 빼곤

이렇다할 취미도 없었던 탓도 있는 것 같읍니다.

돌이켜보면 농구공을 던질 때 아니면

컴터 앞에 앉아 있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인연들,

코넷(당시 쌈장이 tv cf 광고하던) 커뮤니티에서

만난 어떤 아저씨가 프로그래밍 책 사보라고

6만원인가 보내줬던 일이나,

다음 뉴스보이 서비스 때 네티즌 명예기자 하며

만났던 서비스 기획자 개발자 아저씨들...

그 날 청주 촌놈이 서울 올라와서

술 취해서 담당기자님이랑

뉴스보이 개발실 가서 하룻밤 보내고

아침에 짬뽕 시켜먹던 순간들...

큰형 사업 도와주며 홈페이지 만들고

바이럴 마케팅 해서 자리 잡고 했던

순간들...

그런 순간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어줍잖게 프로그램을 배우고 흉내내고 했던

계기가 됐던 것 같네요.

누구나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겠지만,

딱 이거다 하는 순간 없이

그런 순간순간이 쌓여서,

결국 필요하니까 필요한만큼

배우게 됐던 것 아닌가 싶읍니다.

아무 것도 몰라서

뭐든 다할 수 있을 것 같은

낭만적인 시절이면서

동시에 안정적이거나 확실한 것 따위는

1도 없는 거친 시절 아니었나 싶읍니다.

최민식이 명량으로 백상 대상을 수상했을 때

처음 연기를 꿈꾸던 그 때의

최민식과 지금의 최민식은

얼마나 달라져있나 생각할 때

부끄러웠다고 말한 적 있는데

저는 그만한 깜냥은 아니지만

빌 게이츠를 읽으며 낭만을 꿈꾸고

여자친구나 동아리 친구들 보여줄

홈페이지를 만들 때의

순수하고 순진했던 모습은 어디 갔을까

생각해보면

그 시절이 그저 아련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