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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생각. 정보

죽음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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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죽음으로 비통에 하는 한 젊은 아낙을 본 크리슈나가 그 아낙에게 물었답니다.

"남편의 죽음이 슬픈 것이요?  아니면 남편이 죽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슬픈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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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저는 할머니댁에서 살았어야 해서 삼촌과 한방을 쓰게 되었는데 삼촌방은
3면이 책으로 빽빽한 그런 방이었죠. 

유독 철학서적이 많은 그 방에서 책한권 뽑아들고 읽고 있으면 언제나 웃으면서 삼촌이
물으셨습니다.

"알고 보나?"

사실 태반을 모르고 넘기는 내용이었기에 대답도 하지 못하고 웃음으로 떼우고는 했죠.

이제 조금씩 알것 같습니다.  잊혀졌던 내용들이 하나, 둘씩 그렇게 상황에 맞게
세월과 함께 이해가 되더군요.

오늘 막내 고양이가 죽었습니다.  아주 먼 곳까지 마실을 나가던 유별난 놈이었는데
무엇을 먹고 왔는지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새벽에 죽어 있더군요.

이녀석들과 처음 약속을 했듯 저는 목줄을 단 한번도 매지 않았고 최소 하루 4시간은
세상 이곳 저곳을 둘러볼 기회를 주었습니다. 

나도 모를 곳으로 갔으니 앞으로 보지 못할 아쉬움 외의 다른 슬픔은 전하지 않았고
담담하게 땅에 뭍어 주고 그 주변에서 담배 반갑을 다 태우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한두번 이렇게 보내본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익숙했고 또 그녀석이 간 곳은 적어도 이곳보다는
좋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인지 마음또한 그리 무겁지가 않습니다.  상계동에 35년을 살면서
같은 곳에 총 8마리의 동물을 묻어 주었습니다.  모두 훌륭한 친구들이었고 말 없이 저의
내면을 지켜주던 놈들이었죠.

동정받자고 글을 올리는 것은 아니고 그냥 산을 내려오는데 언제나 처럼 크리슈나의 말이
떠올려져 몇자 적어 봅니다. 

죽음만을 생각했을 때에 우리는 그 죽음의 의미를 알고 슬퍼하는 것인지 아니면 망자가 없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울어야 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하면 그 슬픔의 정체또한 모호하고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눈물보다는 물음표가 많은 것이 죽음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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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고양이 한마리 키울려고 마누라 눈치살피고 있는중인데 키우다 죽으면 애들 실망이 장난아닐것같네요
일현님이 가끔 글 쓰시는걸 보면 혹시 독신은 아니실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목줄도 달지 않고 이곳저곳 맘껏 다녔지만 같이 돌아오는 거, 제 생각이지만 막둥이가 일현님을 좋아히지 않았다면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곁에 있었던것만으로도 의지되었던 게 있을겁니다. 떠나는 순간에도 의지가 되었던게 아닐까 싶네요
형님...
모르게 서둘러 다가온 아픔으로 깊고 긴- 슬픔의 날을 지내실 생각하니 마음이 아픔니다.
뒤에서 세상 모르게 자고있는 세녀석을 보니 후배 또한 가슴이 후벼파이는듯 합니다.
백언 위로의 말들이 무엇이 소용이 있겠습니까..
부디 강녕하시옵소서 (__)
우륵님! 감사해요.
냥이 키우시니 일정부분 공감을 하시나 봅니다.  낼 모레 40인데 산에서 눈물만 나고 내려오지를 못하겠더라구요.  늙어 죽거나 아파서 죽는 경우는 봤어도 이렇게 어이 없이 죽음을 본 경우가 없어서 정말 당황스럽더라구요.

키워본 사람만이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개든 고양이든 정주면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는 일 처럼 비통하다는 사실을요.  답답해서 문산걸쳐서 한바퀴 돌다 왔더니 마음이 좀 편하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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