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훔쳐봐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 해외사용자

해외사용자

해외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소모임 게시판 입니다.

일기는 훔쳐봐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정보

일기는 훔쳐봐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본문

 

 

일기라고 써 본지 오래고

치매끼도 있어서 점심을 먹고나면 아침에 있었던 일 잊어버리고

저녁을 먹고나면 오후의 일들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일기 쓴다고 하는 것이 언감생심이다.

 

한국에 와서 첫 며칠간의 일을 기억을 더듬어 재 구성 해 본다.

 

 

 

x월 x일

 

지하철을 타본다.

전광판에는 다음 역을 안내하는 문구들이 안내 방송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

 

처음 서울을 찾는 손님들도 당황하지 않도록 제공되는 배려가 너무 맘에 든다.

 

이쁜 처자들만 쳐다봐서 그런가 남녀비율이 여자가 더 많은것 같다.

남녀비율만 따지면 Sir하고는 아주 반대다.

 

이렇게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되어 있는데 자동차가 왜 필요한가?

 

자동차가 없어도 좋다. 

서울에 다니러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x월 x일

 

"서울에서는 뭔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면 무조건 꽁무니에 붙어라

뭔지는 모르지만 손해보지는 않는다." 라는 우스개 소리를 실증해 본 날이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호떡파는 집이다.

 

호떡? 그렇지 않아도 먹어보고 싶은 것이어서 망설이지 않고 지폐를 꺼낸다.

그런데 호떡을 종이컵에 담아 주는 것이 참말로 너무나 재미있다.

 

종이컵에 담아 주니 걸어 다니면서도 먹을 수 있고 너무 좋다.

 

마침 호떡집 앞 인도에 공중전화박스가 하나 있고 그 옆에 엉덩이를 걸칠만한 

물건을 발견하고 젊잖게 앉아서 오는사람 가는사람 쳐다보면서

종이컵속의 호떡을 야금야금 뜯어 먹는다.

 

이 관경을 누가 보면 어떻허나? 

 

아니다. 여기서 사방 몇십 킬로미터안에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한명도 없다는사실이

나를 즐겁게 해 준다.

 

아~ 이 해방감 !

 

체면때문에 해보지 못했던 아니 해 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이 즐거움!

 

Bucket List는 아니지만

서울에 다니러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x월 x일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하지? 하면서 헌차라도 네비가 있으니 있을때까지 임시로쓰라고

가져다 준 자동차 마다하고 오늘은 버스를 타본다.

 

운전기사 뒷편에 TV인지 전광판인지 이번정류장, 다음정류장까지 안내해 주어서

12정거장 가는데 하나 둘 세고 있지 않아도 좋고 너무 편리하다. 게다가 삯도 싸다.

 

이렇게 좋은 대중교통수단을 두고 왜들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지?

너무 좋다.

 

서울에 다니러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x월 x일

 

오늘도 버스를 탔다.

길이 설으니 내릴곳에 얼마나 가까워 왔는지 불안하다.

이 버스는 전광판같은 TV도 없다.

 

마침 기사아저씨 바로 뒷자리가 비어서 재 빨리 옮겨 앉는다.

그리고 신호대기중인 때를 틈타서 기사 아저씨에게 조용히 부탁을 한다.

 

"아저씨 마안하지만, 제가 여기 처음입니다. AAA정류장이 되면 좀 알려 주십시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퉁명스런 핀찬이 내 기를 죽인다.

"안내 방송 들어욧" "요"자 아래에 ㅅ자가 붙었다.

 

방송을 누가 들어보지도 않고 부탁을 했나? 방송은 한번밖에 나오지도 않지만

현지에 사는 사람들은 대충들어도 어느정류장인지 알지만 처음 오는 사람들은

방송에서 말하는 정류장 이름이 영 귀에 들어오지 않기도 하고 덜커덩 하고

차 바퀴소리 요란하면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

 

Sir에서 질문 잘못했다가 검색해봐요 하는 말을 듣고 있는것 같다.

 

젠장, 그냥 차를 가지고 나올걸

 

아~ 기사하저씨한테는 이런것을 물어보면 안되는 구나.

또 하나 배우면서

서울에 다니러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x월 x일

 

오늘은 차를 가지고 나가 본다.

이제는 말소가 되었겠지만, 

이래봐도 나는 대한민국 운전면허증을 비록 2종이었지만 가져봤던 사람이다.

오토메틱차도 아닌차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오토메틱차는 장난감이지.

 

그런데 몇불럭 가기도 전에 옆자리의 마눌님 얼굴이 노랬다 파랬다한다.

 

내가 운전을 이렇게 못하나 촌놈이 따로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젠장, 그냥 버스를 탈것

서울에 다니러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x월 x일

 

오늘은 버스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두 정거장을 갔다.

아무리 찾아도 알려준 빵집인지 과자점인지를 찾을 수 없다.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물어봐야 겠다.

더구나 영어도 아니고 한국말로 물어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편하고 부담없다. 

역시 내고국 내 고장이 최고지.

 

"저기요, 이근처에 xxxx 를 찾고 있는데 혹시 아십니까?"

잘 생기지도 않은 이 아지씨 나를 위 아래로 훌터 보더니

 

"내가 여기 살지도 않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ㅅㅅ"

 

이건 꼭 Sir의 유머게시판 감이다.

 

"요" 자 다음에 ㅅ이 2개나 붙었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가버린다.

 

허기야 내가 잘못은 했지

먼저

"혹시 이 근처에 사십니까?" 라고 먼저 정중하게 물어 봤어야 하는건데 젠장 실수를 했군.

 

그러나

그렇게 먼저 물어봤으면 또 "그건 왜 물어요?" 하고 덤빌것이 뻔할것 같다.

 

내가 한국에 살았을 적에 나도 저렇게 불친절 했었었나?

물론 저사람도 나하고 같은 배달민족이겠지.

 

역시 내고국 내 고장이 최고구나. 가 아니라

서울에 다니러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x월 x일

 

강원도를 갔다.

길거리에 서 계시는 사람들 중에 만만하신 한 아저씨를 골라 

핀찬받지 않게 조용히 물어본다.

 

"지금 xxx로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면 되지요?"

그 아저씨는 자기도 잘 모른다고 하면서 얼마나 미안하게 생각하는지 

내가 더 미안할 지경이다.

 

그런데 그 옆의 어떤 아줌마가 물어보기도 않았는데 이 만큼 달려와서

"거기는요 잘못가면 헤메지요. 이렇게 이렇게 가세요" 하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셨다.  

 

수수한 그 얼굴이 미쓰코리아처럼 보인다.

 

살맛난다.

서울에 다니러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을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x월 x일

 

오늘은...

 

공감
0

댓글 10개

한국에 가시면 꼭 무선 인터넷 신청하셔서 스마트폰 도움을 미리 받으세요..

하루에 8000원이라서 좀 비싼데.  KT에서 판매하는 와이파이 사용권 하루에 약 3000원짜리 사서 사용하세요. (단점은 지하철안에서만..)

그리고 와이파이 ssid iptime을 등록해 놓으면 버스 타고 다니다, 걸어다니다가 가끔 카톡도 들어오곤 합니다.

그럼 미리미리 약속장소 및 지하철 출구 확인하고 가면 됩니다.  잘못 보고 가면, 지하철 안으로 다시 들어와야 되는... 계단이 너무 미워요..
유익한 정보 고맙습니다.
여러번의 시행착오끝에 가장 "편리"에 가까운 방법을 택했습니다.

즉 여기서 내이름으로 휴대폰 개설하기가 불가능해서
친구가 휴대폰하나 하나 빌려 주었습니다.

덕분에 데이타 이용해서 메일도 책크하고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친구얘기는 데이타무제한 폰이니 마음껏 써도 된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말이 미덥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에 쬐끔씩 쬐끔씩 접속합니다.

지하철을 타니까, 데이타 꺼놓아도 와이파이 접속이 되는 곳이 하나 있고 ( 미리 로그인 설정되어 있는) 다른것들은 모두 다시 로그인 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이것이라도 저로써는 행운입니다.
감사합니다.
제 글이 재미있다고 하시니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서해안쪽 10일간, 남해안쪽 10일간 동해안쪽 10일간 기타 10일간
그리고 나머지는 볼일도 좀 보고

그렇게 적어도 40일간은 뱅뱅 돌아다닐려고 거창한 계획을 마련했었는데
계획의 삼분지 일도 채우지 못하고 틀어박혀 있습니다.

역시 평소에 재능기부도 좀 하고 덕을 쌓아야 행운도 머물러 주는 것 같습니다.
전 한국을 떠나올때 가족들과 한달 가까이 국내 구석구석 일주를 했답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겠지만서도....^^
아마 지금 다시 한국에 오시면 난생처음 오시는 것 같은 착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신반포에 살았었는데 그 때는 잠실,일산,목동, 반포 그런지역이 변두리 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 졌겠지요. 오히려 역전된 것 같습니다.

집값도, 친구말이 그 조그마한 아파트 한채가 20억 정도 된다고 하는데 제가 살고 있는 집값의 두배정도나 된다니 말이 됩니까?
아파트 한채가 단독주택보다 더 비싸다니 이해가 안갑니다. 말도 안됩니다.

저는, 지금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1500cc pony 그것도 스틱" 세대입니다.
그 때는 그런차도 좋다고 남한천지는 많이 돌아 다녔습니다.

이번에 다시 좀 돌아보려고 했던 이유는 전국 어디를 가도 처음 와 본것 같이 많이 많이 변했기 때문인데 내가 전에 와 봤다고 하는것이 믿을 수가 없을 정도 입니다.

아파치님도 다시 한번 더 한국에 오시는 기회를 마련해 보시기 바랍니다.
길이 넓어지고 경제사정이 좀 나아지고 고층빌딩이 널려있고 뭐
그런정도의 변화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이 인터넷 세계제일 이라도 말씀들을 하시는데 지들끼리 말들이고
우리같은 방문객에는 그림의 떡입니다.

보안문제도 있으니까 신분확인 철저히 하더라도 휴대폰 개설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요금정산 문제가 있으면 선불제도 같은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임시폰이 있기는 있어도 위에서 어느분이 말씀하셨듯이 엄청 비싸고
시내에 흩어져 있는 휴대폰매장에서는 취급하지도 않습니다.

어디를 찾아가면 되느냐 물어봐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가지고 온 폰에도 유심칩 갈아끼우는 것도 있지만 역시 저처럼 전화 좀 쓰고 데이타 좀 많이 쓰고 그렇게 하려면, 요금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사용자가 요금을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이면 그런제도 있으나 마나 입니다.


편리한 다른 경우가 있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돌아갈 날짜가 임박해서 그냥 참고 삽니다.

나에게는 한국에서의 두서너달이 황금같은 기회인데, 메르스 때문에 메르스추억만 남기고 가게 되었습니다. 아깝기 한이 없습니다. 한국에서의 70일.

감사합니다.
글 쓰는 재주는 nanati 님이 훨씬 좋습니다.
저는 재주가 없어서 열흘에 한번꼴로도 글을 쓸까말까 하는데
nanati 님은 하루에 열번씩이라도 쓰시니 그게 재주입니다.

자게에도 글을 늘 자주 쓰시는 분들 계시는데 보통재주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없지요. 부러울 뿐입니다.
전체 2,819 |RSS
해외사용자 내용 검색

회원로그인

진행중 포인트경매

  1. 참여65 회 시작24.04.19 15:40 종료24.04.26 15:40
(주)에스아이알소프트 / 대표:홍석명 / (06211)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707-34 한신인터밸리24 서관 1404호 / E-Mail: admin@sir.kr
사업자등록번호: 217-81-36347 / 통신판매업신고번호:2014-서울강남-02098호 / 개인정보보호책임자:김민섭(minsup@sir.kr)
© SIRSO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