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전 이야기 정보
허생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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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다른 이야기 좀 해 봅니다...
조선 정조 때의 북학파이자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ㅡ 익히들 아시는 이야기일 겁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허생전이 조선 후기 양반사회에 대한 비판소설이다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당시 정치 기득권에 대한 냉소가 가득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대략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 10년 목표로 글읽기에 전념하던 허생은 아내의 비판에 책을 덮고 가출
- 한양의 재력가 변씨를 찾아가 초롱초롱한 눈빛을 뿜어 만냥을 빌림
- 안성으로 내려가 과일과 말총을 매점매석하여 큰 돈을 범
- 변산 도적떼를 이끌고 "빈 섬"에 정착하여 농(農)+상(商)의 이상국 실험
- 한양으로 돌아가 변씨에게 십만냥을 갚음
- 변씨와 교류하며 국가의 경제, 정치, 외교에 관한 의견을 교환(비판)
- 변씨의 소개로 이완장군(효종 때 북벌론 계획)이 찾아와 국가경영의 계책을 물음
- 허생이 "시사삼책"을 내놓으나 이완이 모두 거부하자 호통을 쳐 쫓아냄
- 다음날 바람과 함께 사라짐
물론 양반사회의 허례허식, 취약한 국가경제의 비판 등을 담고 있지만,
이 작품이 실제 의도한 바는 위 8번 항에 있다 할 수 있습니다.
허생의 시사삼책
1) 인재를 등용하라. : (효종 당대 기준으로 훗날) 실학파에 해당하는 야권인사의 등용을 촉구
2) 명나라 망명객들에게 조선 왕실, 권세가들의 딸을 내주고 집을 제공하라.
3) 청나라에 양반 자제와 상인들을 파견해 청나라 내부를 정탐케 하라.
이완의 거부
1) 어렵다. (청을 쳐야 하는데, 친청파가 왠말이냐)
2) 어렵다. (왕실과 권세 있는 양반들이 명나라 떨거지들에게 자기 딸내미를 내놓겠는가)
3) 어렵다. (양반집 자제들이 오랑캐식으로 머리 밀고, 오랑캐 옷을 입다니... 헐~이다)
허생전은,
숭명배청(명나라가 짱이요 우리 조선의 아버지니, 마땅히 청나라를 치리라)의 허구를 꼬집습니다.
숭명배청에 기반한 북벌론의 허구를 꼬집은 것이죠.
즉,
1) 청과 화친으로 지내는 것은 어떤가?
2) 어려워? 그럼 너희 북벌파가 좋아하는 숭명배청에 입각해서 명나라 망명객이나 제대로 간수해 보시지?
그것도 안하면서 북벌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냐?
3) 그것도 싫어? 좋아. 그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으니,
너네 북벌의지가 진정성 있다면 조선의 예법 같은 건 잠시 접어두고
청나라 예법을 가장한 SPY 보내서 청나라 실정부터 간파하는 게 진정한 전쟁준비모드 아니냐?
그런데, 이완은 이를 모두 거부합니다.
한마디로 그 준비도 안되어 있고, 할 의지도 없다는 것을 실토한 꼴이죠.(물론 소설 속에서...)
때문에 허생전의 박지원은
효종대 이래로 자신이 생존하던 정조대까지
마치 국시(國是:국가의 이념)처럼 이어져 오던 숭명배청, 북벌론에 대한 조선정부의 미련을 비판한 겁니다.
(조선정부는 명이 멸망한 이후에도 궁궐 내에 명나라 황제들를 '모시는' 사당을 비밀리에 운영...)
허생전에서 더 핵심적인 것은,
정조 당대까지도 정치적 기득권 세력이었던 북벌론의 명맥 세력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즉, "북벌론"은 당대 정치적 집권세력의 실제적인 실천과제가 아니라,
정치적 기득권 유지용이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2014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어
이렇게 몇 자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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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살면서 그런 분을 딱 한분을 보았는데 결국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묵공님께서 올려주시는 글에서 시대의 통찰을 읽습니다. 항상 많이 배워갑니다. (__)
이런 지식은 다 들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감탄하고 갑니다.
일종의 직업병입니다.. (__)
예전에 한참 역사에 관심이 가서 이것저것 보다보니
세상이 이리도 많이 변했는데 수백년전이나 현재나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더군요..
세상이 이리도 많이 변했는데 수백년전이나 현재나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더군요..
그래서 역사와 문학에는 인간의 보편성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죠.
권력의 속성도 그러한 듯합니다.
권력의 속성도 그러한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