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itter Gim

AI 도구 시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무엇을 남겼는가

· 2026-09-11 (금) 06:06:04 · 1313 · 5
요즘 AI 도구로 이것저것 만들면서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무언가 하나를 시작하려면 먼저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지,
끝까지 구현할 수 있을지를 따졌다.
그러다 시작도 못 하고 접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다르다.
일단 만들어 본다.
여러 AI 모델을 목적에 맞게 연결한다.
역할을 나눈다.
설계에 적합한 도구,
구현에 적합한 도구,
검토와 수정에 적합한 도구를 따로 사용한다.
잘 안 되면 조합을 바꾼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구성한다.
다른 방법이 생각나면 새로운 흐름으로 시도한다.
예전에는 직접 만드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요즘은 여러 도구를 조율해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다른 문제가 생긴다.
만들어진 것 중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판단이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느낀다.

AI 도구를 적절하게 조합하면 구현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넓어진다.
게시판도 만든다.
예약도 만든다.
관리자 기능도 만든다.
필요하면 API도 붙인다.
기획하고,
구현하고,
테스트하고,
수정하는 과정에도 각각 다른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여러 도구로 작업을 조율하는 등 개발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조금 과장하면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만드는 과정에서는 다 필요한 것처럼 느낀다.
며칠 지나면 애매해진다.
몇 주 지나면 손이 가지 않는 것도 생긴다.
그런데 이미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결과물도 제법 쌓였다.
버리기가 아깝다.
그러다 기능은 계속 늘어난다.
정작 왜 만들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제작물도 생긴다.

예전에는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가 어느 정도 생산성을 보여줬다.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AI 도구를 잘 다루고 작업 흐름을 잘 구성할수록 생산할 수 있는 결과물의 양은 계속 늘어난다.
그래서 이제 다른 것을 본다.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보다
그중 얼마가 실제로 살아남았는가.
살아남은 것이 실제로 사용되는가.
계속 관리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고
나중에 다시 봐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게 문서화됐는가.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해진다고 본다.
AI 도구로 코드 1만 줄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그중 필요 없는 8천 줄을 찾아내 버리는 컨트롤이 더 어려울 수 있다.
도구는 생산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판단까지 그대로 대신하지는 않는다.

여러 AI 도구로 빠르게 작업하다 보니 오히려 기록하지 않고 넘어가기 쉽다.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도구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무엇을 포기했는지.
어디까지 검증했는지.
이런 것들을 변경 로그로 남기는 일이 점점 중요해진다고 본다.
예전에는 하나의 문제를 며칠 동안 고민하며 만들었다.
과정이 머릿속에 어느 정도 남았다.
요즘은 다르다.
몇 시간 동안 여러 AI 도구를 오가며 설계부터 구현, 수정, 테스트까지 진행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역할도 달라진다.
어떤 도구에 무엇을 맡길지 결정한다.
결과를 다음 작업으로 넘긴다.
서로 다른 결과를 연결한다.
문제가 생기면 앞 단계로 돌려보낸다.
특정 코드를 직접 생산하는 단일 역할보다 전체 작업을 오케스트레이션하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고 느낀다.
그런데 작업 속도가 빨라질수록 과정의 판단은 쉽게 사라진다.
당시에는 모두 컨트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 달 뒤 다시 열어본다.
“이걸 왜 이렇게 만들었지?”
이런 순간이 생긴다.
AI 도구에 다시 설명을 요청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시 왜 그 판단을 했는지,
왜 그 도구를 선택했는지,
왜 다른 방법을 버렸는지까지 자동으로 남지는 않는다.
그래서 결과물뿐 아니라 판단과 수정의 과정도 변경 로그에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를 구현해 보는 비용은 많이 낮아졌다.
AI 도구를 잘 조합하면 예전에는 시작하기 부담스러웠던 아이디어도 일단 작동하는 형태까지 가져갈 수 있다.
그만큼 실패한 프로젝트가 많아지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본다.
모두 성공시킬 필요는 없다.
만들어 본다.
아니면 버린다.
쓸 만하면 남긴다.
남길 것이라면 제대로 정리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다음 작업과 새로운 도구에 다시 연결한다.
이런 과정 자체가 개발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빨리 만드는 능력만큼 빨리 버리는 능력도 필요하다.

AI 도구는 더 좋아질 것이다.
서로 다른 도구를 연결하는 방식도 발전하고, 만드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다.
그만큼 만들어지는 결과물도 계속 쌓인다.
그래서 도구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가만큼 도구를 이용해 무엇을 남기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무엇을 남겼는가.

그리고 하나를 더 붙인다.
왜 그것을 남겼는가.
어떤 판단과 수정 과정을 거쳐 거기에 도달했는가.
다음 사람이 이어갈 수 있게 문서화했는가.
그 결과물 가운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계속 가져갈 것인가.
요즘 이것저것 만들면서 이런 판단과 기록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느낀다.

- 💫Glitter Gim
9명이 반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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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넘쳐 나는 결과물들로 인해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어요
불과 일주일 전에 만든 것도 기록을 해 놓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 되는 걸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언제나 조용히 앉았다가 쉬어가는 이곳에서 

Glitter Gim님의 글은

동네 어귀 큰 당산나무 그늘아래에서 조용히 담소를 나누시던 옛 어른들의

세상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같아서

언제나 귀쫑긋하게 됩니다^^ 

 

정리된 생각과 글들. 늘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changelog 는 언제나 중요하다!

construct 에서 Constrain 으로 !

 

 

2026-09-11 (금) 09:21:19
AI 편집 기능이 발전했어도 이 분처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조리있게 정성스럽게 다듬어서 내어놓기란 쉽지 않을 터인데, 이 분 글은 정독하게 되네요.

대부분은 뭔가 느낌이 있군요.
2026-09-11 (금) 10:23:14
어쩐지 과학자 냄새가 난다요 ㅎ 
맞죠? ㅋ
AI 때문에 개발자로 37년 삶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개발 요구 사항을 보고 Claude, ChatGPT에 요구 사항을 md 파일로 작성하고 기획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저의 일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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