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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프로그래머?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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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저의 왕따 생활은 시작됐던거 같습니다.
전학생이였던 저는 산골의 아이들의 텃세에 기가 눌려 마주 보고 숨쉬는 것조차 싫었던거 같습니다.
그 때 담임선생이 교실에 컴퓨터를 갖다 놨습니다.
게임기도 생소했던 시골 아이들에게 문명의 혜택을 느껴보라는 취지였던것이죠.

모니터와 키보드가 한 몸이던 그 컴퓨터에 관심을 갖던 사람은 저 밖에 없었더랬죠.
법전만큼이나 두꺼웠던 책이 있었는데 그 책에 쓰여진대로 따라하면 화면에 이상한 것들이 출력되곤 했지요.
그 때부터 나의 프로그램 독학은 시작 됐습니다.
그게 BASIC이라는 프로그램 이였다는건 고등학생이 되서야 알았습니다.

중학교 때 잠시 컴퓨터를 접할 수 없게 되다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사람과 있는 시간보다 컴퓨터와 함께 한 시간들이 더 많게 되었습니다.
내가 만든 게임도 끝판을 못 깰만큼 게임엔 흥미가 없었고 코볼, 포트란, 파스칼, 클리퍼 이런 언어들을 공부하는게 더 좋았습니다.
대학도 전산을 전공했고 군대도 전산병이였습니다.

대학 때 접했던 언어(?)는 VC++, 비주얼베이직, 델파이, 파워빌더 이런 비주얼 에디터를 이용한 언어들이였습니다.
졸업작품으로 만든 멀티유저 다이어리와 웹에디터가 전국 대학생 S/W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 지방 신문에 난 기사는 스크랩 되서 아마 어딘가 박스에 고이 모셔져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저는 제가 프로그램에 타고난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수님도 항상 칭찬을 해 주셨고 접하는 사람들 모두 저를 부러워 하는 듯 보였습니다.
심지어 다니던 회사의 사장들까지도 너무 한심스럽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IT 업체 사장이면 이정도는 알아야지, 큰 소리 치고 나온게 2번입니다.
사장이 맘에 안들면 내가 사장하면 되지 하고 나와서 프리랜서를 시작 했습니다.

처음엔 잘 나가는 듯 했습니다.
그 때만해도 쇼핑몰 하나 만들어 주면 한 달 월급 이상은 빠지던 시절이였더랬죠.
중소기업청, 시청, 교육청 같은 관공서 일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아주 잘난 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하나 둘 일거리가 줄기 시작했고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이 그만두고 사무실을 정리하고 집으로 들어가 혼자 일을 시작한게 3, 4년이 됐습니다.
집에서 일을 하다보니 사람이 더 나태해지면서 실력은 항상 그자리고 발전이 없습니다.
나름 긴장감 안 늦춘다고 방통대도 다니고 사이버대도 다니고 매년 자격증도 따면서 살았는데 세상은 언제나 제 앞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9년이 흘렀는데 저는 껍데기만 남아 있는거 같습니다.
워낙 일거리 찾기가 힘들어 얼마전 우연히 그누보드 제작의뢰에 입찰 했는데 PG사 모듈 설치 건이 하나 들어 왔습니다.
늘 하던 일이라 어려운 일은 아닌데 이걸 얼마를 받아야 할지 암담했습니다.
그래서 제 기준으로 5만원이면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해주고 나니 제로보드, PHP스쿨에까지 기웃거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내가 세상물정도 모르는 구나.
그래서 요즘 제로보드, 그누보드, PHP스쿨을 번갈아가며 커뮤니티에 올려진 글들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글들을 읽다보면 내가 그동안 얼마나 헛살았는지를 느낍니다.

오늘 킴스Q의 제작자의 제작 후기를 읽게 됐습니다.
제가 복학 했을 때 제로보드와 킴스보드를 보면서 웹프로그램 공부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땐 perl이란 언어가 마냥 어렵게만 느껴 지던 때였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였습니다.
전공도 컴퓨터 공학이 아니였고 프로그래밍 시작한지 이제 10년차에 킴스Q를 만들었다는 글을 읽으며 너무 허탈 했습니다.

그동안 나는 뭐 했나.
웹프로그래머라고 떠들고 다닌게 9년이나 됐으면서 변변한 쇼핑몰 솔루션 하나 갖고 있지 않으니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XE, 그누보드, 킴스Q 다운 받아 놓고 소스 분석하면서 그 기법들에 매번 놀랍니다.
그러면서 나는 프로그래머도 아니라며 수없이 되뇌입니다.

이 일을 계속 해야 할지 오늘 하루종일 고민 했습니다.
이들처럼 할 수 없다면 그만두자.에 이르고 보니 너무 우울해 집니다.
이렇게 쟁쟁한 실력자들 사이에서 껍데기로 남아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어집니다.

지금 커뮤니티에 있는 프리랜서들 다 모이면 내가 제일 형편 없겠다, 그런 생각이 자꾸... 무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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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저도 우물안 개구리라는 생각 참 많이 하는데...아무쪼록 힘내셔서 예전과같이 자신감을 찾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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