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오살댁 일기

유종화

 

오산리에서 시집와 
오살댁이라 불리는 
민수네 엄니가 오늘은 입 다물었다. 
서울서 은행다니는 
아들자랑에 해 가는 줄 모르고 
콩밭매며 한 이야기 피사리할 때 또 하고 
어쩌다 일 없는 날에도 
또 그 자랑하고 싶어 옆집 뒷집 기웃거리던 
오살댁 오늘은 웃지 않는다. 
아들네 집에 살러간다고 
벙그러진 입만 동동 떠가더니 
한달만에 밤차 타고 살며시 내려와 
정지에 솥단지 다시 걸고 거미줄 걷어내고 
마당에 눈치없이 자란 잡초들 뽑아내는데 
오늘따라 해는 오사게 길고 
오살댁 오늘은 입 다물었다. 


닷새 동안 품앗이하다 몸살져 누운 
오살댁 
공판장에서 허리 다쳐 들어온 
오살양반에게 아랫목 내주고 
몸빼 줏어 입으며 일어납니다. 
보일러 놓을 돈 보내준 것으로 
올 한 해 효도를 끝냈던 터라 
어김없이 전화통은 울리지 않고 
민수 서울 가던날 
-- 오살댁 인자 고생 다혔구만 
-- 오살양반은 고생 끝났당께 
동네 사람들 부러워서 던지던 말 
귓가에서 쟁쟁 거립니다. 
오살댁, 
서울쪽 한번 흘끔 쳐다 보더니 
오살양반 들릴락 말락하게 
한마디 합니다.

... 오살헐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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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저도 오살헐... 무늬만 아들인지라...
토속적이네요. 잘 읽었어요.
향수가 느껴지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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