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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데스크가 무대에 오른 전시장 -

· 2개월 전 · 203

이 전시장에서는
작품보다 안내 데스크가 무대에 선 듯하다.

 

원래 그 자리는
길을 잃은 관람객에게
방향만 알려주던 곳이었다.
작품을 대신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안내 데스크에 조명이 달리고
마이크가 놓였다.
전시는 그대로인데
시선의 중심만 옮겨졌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 서기 전에
안내자의 표정을 먼저 살핀다.
지금 이 질문이 가능한지,
어디까지가 선인지부터 가늠한다.

 

작품 옆 설명판은 의미를 잃었다.
설명은 그때그때
안내 데스크에서 읽힌다.
기준은 존재하지만
축적되지 않는다.
어제의 해설은 남지 않고
오늘의 기준도 기록되지 않는다.

 

누군가 질문을 하면
내용보다 태도가 먼저 평가된다.
무엇을 물었는지보다
누가 물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 사이 논의는 희석되고

반응만 커진다.
말은 흐려지고
이름만 또렷해진다.

 

이곳에서는
질문이 쌓여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질문이 올 때마다
안내 데스크가 먼저 반응한다.
설명은 늘지 않고
‘운영되고 있음’만 설명된다.

 

관람객은 토론하지 않는다.
의견을 세우는 대신
문제가 되지 않는 위치를 고른다.
충돌하지 않는 거리에서
조용히 머문다.

 

그래서 전시장은 조용해진다.
질서가 잡혀서가 아니라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감각에...

 

안내 데스크는
여전히 성실하다.
다만 길을 비추기보다

자신의 존재만 관리한다.

 

전시장은 운영된다.
그러나 전시물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된다

 

관람객은
특별한 소동 없이
다음 전시장으로 이동한다.

 

- 💫glitter g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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