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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 같은 새 도서관(sir) 탐방기(探訪記)

· 5일 전 · 75

나는 공부하는 곳인 줄 알았다.
그래서 조용할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공간이 나를 방해할 거라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조명이 먼저 나를 맞는다.
“뭐, 필요하세요?”라고 묻지 않고
“어때요, 예쁘죠?”라고 묻는 조명이다.
어디선가 BGM도 흐른다.
집중을 돕는 음악이 아니라,
공간이 자기소개를 시작할 때 나오는 음악.

책상은 있다.
다만 책상보다 배너가 먼저 보인다.
의자도 있다.
다만 앉기 전에 구경부터 하게 된다.

이쯤 되면 알겠다.
이곳은 더 이상 독서실이 아니다.
공부할 수는 있지만,
공부하라고 설계된 공간은 아니다.

공간은 계속 말을 건다.
“이것도 새로 만들었어요.”
“저것도 시대에 맞게 바꿨어요.”
“요즘은 다 이렇게 해요.”

나는 문제를 풀러 왔는데,
공간은 나에게 감상을 요구한다.
어느새 나는 학생이 아니라
전시 관람객이 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사람들이 공부를 안 한다.
대신 레이아웃을 분석하고,
색감을 평가하고,
버튼 위치에 대해 토론한다.

공부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공부할 이유가 밀려났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적응하면 된다.”
그 말은 참 편리하다.
적응이라는 말은
항상 사용자 쪽에만 요구된다.

하지만 독서실은
적응할 필요가 없는 공간이다.
조용히 앉으면
자동으로 집중이 되는 곳이다.

이곳은 다르다.
집중하려면
이곳은 공간과 싸워야 한다.

이런 공간은 진화가 아니라
우회다.

만화방이 나쁜 공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는, 만화방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판은 그대로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독서실인 줄 알고 들어간다.
그리고 속으로 묻는다.
“내가 변한 건가, 공간이 변한 건가.”

새로움은 좋다.
하지만 새로움이 기존 사용 목적을 밀어내는 순간,
그건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용도 변경이다.

나는 아직도 공부하러 온다.
그래서 조명이 말을 덜 걸었으면 좋겠고,
BGM은 조금 조용했으면 좋겠다.

혹시 이곳이
독서실이 아니라 만화방이 되었다면,
그 사실만은
미리 알려줘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야
공부할 준비를 하거나,
아니면 신발을 벗고
편하게 만화를 집어 들 수 있을테니까.

- 💫glitter gim

.

. . .

일부 회원들이 논하는 ‘디자인’의 본질은 UX 문제이다.

새 집의 UX 손실이 회원의 학습 비용으로 전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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