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참나 일을 왜 그따구로 하는지...

· 2026-03-19 (목) 12:36:33 · 489 · 10
죄송합니다. 어그로 좀 끌었습니다. ㅎㅎㅎ
사실 원래 쓰려던 제목은 AI시대 업무 진행의 본질에 대하여... 라는 현학적이고 지루한 문장이었습니다.

AI시대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최근에 저는 이런 현상을 겪게 됩니다.

1. 프로토타입 완성도가 높다.
2. 다듬으면 다듬을 수록 완성도는 더더욱 증가한다.
3. (단위 작업에 한하여) 하루 이틀 더하면이 아니라 10~30분만 더하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작업속도가 빨라지고 산출물의 질이나 양도 원래 의도의 70~80% 정도 충족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매우 만족스럽고 도파민이 팡팡 터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새로운 이슈가 발생합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언제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맺고 끊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과거에도 동일한 이슈가 발생했습니다만, 차이점이라면

과거에는 결과물의 퀄리티 + 나의 개인적인 실력 향상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결과물의 퀄리티 + 생산성이 미쳐 돌아가는 시대에 불필요한 기회비용의 낭비를 피해야 한다로 메타가 전환되었다는 것입니다.

AI는 자고 일어나면 어제보다 더 발전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어떤 AI모델을 선택해야 하냐보다 어느 시점에 맺고 끊을 것이냐, 의사결정을 명확히 하는 능력이 급부상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임원이나 관리자급에게 요구되던 능력이 각 개인에게 고강도로 요구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16년째 프롬프트만 깎는
방망이 지운아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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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사실 저도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게 진짜 필요한 기능인가?
기능이 수익과 직결되는가?

고민을 많이 하는데
요즘은 일단 필수기능만 만들어 놓고
니즈가 오기를 기다렸다다 니즈에 맞추어 개발합니다.
 
2026-03-19 (목) 13:55:42
하원관리 앱 아이디어 너무 인상깊게 잘 봤습니다. 결과도 계속 쭉쭉 잘 나셨으면 좋겠어요.
하원관리는 아이디어가 좋았는지
벌써 2500명이 다운로드 받았네요 ㅎㅎ
5000명 정도 되면 수익화를 고려해볼 예정입니다.^^
(앱 만들어서 뿌리니까 자연스럽게 요구사항들이 오더라구요 그것만 업데이트 해주니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결국 "할 수 있다"와 "해야 한다" 분리를 인지한 순간부터
판단 자체가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인지는 하고 있어도,
기준을 의식하지 않으면 계속 붙잡히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대부분의 결과물을 ‘완성’이라기보다
언제든 이어질 수 있는 프로토타입으로 쌓아두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손이 가지 않는 습작에는 자연스럽게 관심도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2026-03-19 (목) 16:02:02
맞습니다.
공개된 결과물의 몇배 이상으로 유기된 프로젝트도 많을 것 같습니다.

어제 코덱스에서 작업하다 보니 어디에도 참조되지 않는 파일을 '고아 파일'이라고 부르더군요.
갑자기 그 단어가 스쳐지나가네요.
2026-03-19 (목) 16:36:04
와 방금 AI한테 제가 만약 커뮤니티 공개 목적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찰하려는 목적으로 썼다면 어떻게 썼을지 유추해 보고,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 스타일로 다듬어 달라니까 이렇게 다듬어 주네요. 소름 돋았습니다.

==============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그것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것을 채우고, 거친 부분을 다듬고, 아직 아닌 것을 마침내 되게 만드는 일 말이다. 그래서 일의 성실함은 대체로 더 오래 들여다보는 태도와 연결되었다.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손보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 곧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
 

지금도 그 믿음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AI를 다루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는 일의 다른 측면을 자주 의식하게 된다.


AI는 시작을 쉽게 만든다.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초안을 만들고,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형태를 갖춘 결과를 보여준다. 그것은 종종 놀라울 만큼 그럴듯하다. 예전 같으면 며칠 동안 붙잡고 있어야 겨우 볼 수 있었던 윤곽이, 이제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눈앞에 놓인다.


여기서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무언가가 너무 빨리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 사람은 오히려 그것을 끝내기 어려워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충분히 괜찮아 보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조금만 더 손보면 훨씬 좋아질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감각이 겹치는 순간, 일은 쉬워진 것이 아니라 묘하게 길어진다.

과거에도 완성은 어려웠다. 그러나 그 어려움은 대개 시간과 노동의 무게 속에 있었다. 더 다듬는다는 것은 분명한 비용을 요구했고, 그래서 어느 시점에서는 멈추는 판단도 비교적 명확했다. 반면 지금은 그 비용이 아주 작아 보인다. 하루나 이틀이 아니라, 10분이나 30분이면 될 것처럼 느껴진다. 이 짧은 시간이 실제로 결과를 조금 더 좋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은 멈추기보다, 한 번 더 손을 대는 쪽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일은 언제나 더 좋아질 수 있다.
이 말은 희망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일을 끝나지 않게 만드는 말이기도 하다.


어쩌면 AI 시대에 새롭게 중요해진 것은 더 잘 만드는 능력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정 수준까지 잘 만드는 일은 이제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다. 대신 더 중요해지는 것은, 어디까지를 충분하다고 볼 것인가를 정하는 태도일 수 있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에 가깝다. 혹은 감각의 문제라고 해도 좋다.


디자인에서 여백이 단순한 비어 있음이 아니듯, 일의 마침도 단순한 중단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포기의 반대편에 있다. 대충 끝내는 것이 아니라, 더 할 수 있음에도 여기서 멈추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는 상태에 가깝다. 마침은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준이 있어서 가능해진다.
 

AI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
가능성이 많아질수록 선택은 어려워진다. 선택이 어려워질수록 사람은 결정을 미루게 된다. 그러므로 생산성이 높아진 시대에 정말 부족해지기 쉬운 것은 실행력이 아니라, 오히려 종료의 기준인지도 모른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가보다, 어디서 놓을 것인가.
AI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이제 이런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일을 잘한다는 말의 의미도 조금 달라질 것이다.
빠르게 시작하는 사람, 능숙하게 만드는 사람, 정교하게 다듬는 사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순간에는 끝낼 수 있는 사람이 더 정확한 사람일 수 있다. 더 많은 가능성 앞에서 더 적절한 결론을 선택하는 사람, 그 사람이 오히려 더 깊이 일의 본질에 가까이 가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AI가 좋아질수록, 인간에게 남는 일은 점점 더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것 아닐까 하고. 그 선명함은 대단한 창조의 순간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충분히 만들 수 있었던 어떤 것을 어느 지점에서 조용히 마무리하는 판단 속에 있을 것이다.

예.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AI의 도움을 받아서 개선점을 다 수정하고 다시 더 개선할점이 없나? 하고 물어보면 또 뭔가를 알려줍니다. 또 개선하고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2026-03-19 (목) 17:28:04
맞습니다. 일이 안 끝납니다. ㅎㅎ

예전에는 나의 능력의 한계때문에 요기까지였는데...
이제는 생각하는곳까지 가게됩니다.
내 눈알은 충혈되어도 AI는 괜찮습니다.
지금도 클로드에게 방대한 양의 업무를 지시해 두고 자러가렵니다.

내일 아침이면 결과물이 만들어져있겠죠? ㅎㅎ

2026-03-20 (금) 08:21:34
yes no 선택창 안 떠있었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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