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itter Gim

모닥불은 따뜻하나, 숲의 포근함을 대변할 수는 없다.

· 2026-07-26 (일) 17:24:34 · 300 · 2
슾 한쪽에 작은 모닥불이 자주 피어오른다.
사람들은 하나둘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장작을 하나 올려놓았고,
누군가는 "오늘도 따뜻하네요."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그 풍경은 보기 좋았다.
모닥불은 원래 그런 존재다.
사람을 머물게 하고,
낯선 사람도 잠시 가까워지게 만든다.

문제는 모닥불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눈이 조금씩 모닥불에만 익숙해진 것이었다.
숲에는 꽃도 있었고,
계곡도 있었고,
낯선 길도 있었고,
별을 연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용히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도,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사람도,
돌 하나의 결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모닥불 곁에서는 어느새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숲은 원래 이런 곳이었지."
"저쪽은 너무 어렵더라."
"여긴 사람 냄새가 나."
그 말에는 악의가 없었다.
그저 자신들이 있는 자리가 편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자 조금 이상한 일이 생겼다.
사람들은 숲을 보러 오는 것보다,
오늘도 모닥불이 피었는지를 먼저 살피게 되었다.
장작이 하나 올라오면 둘러앉고,
익숙한 얼굴이 보이면 인사를 나누고,
누군가 웃으면 함께 웃었다.
처음에는 장작이 사람을 모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장작보다
장작을 올려놓는 사람이 먼저 보였다.

모닥불이 따뜻해서 사람이 모인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계속 모여서,
모닥불이 더 커 보이게 된 것일까.
잘 모르겠다.
다만,
가끔은 장작보다
장작을 올린 사람이 먼저 보이는 날도 있었다.

모닥불은 숲의 일부이다.
숲을 대신할 수는 없다.
꽃도 숲이고,
계곡도 숲이고,
별을 바라보는 사람도 숲이며,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도 숲이다.
조용히 혼자 걷는 사람도,
말없이 기록만 남기는 사람도,
모두 숲이었다.
가끔은,
모닥불 곁을 잠시 떠나
숲을 한 바퀴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 알게 된다.
모닥불은 여전히 따뜻하지만,
숲은 처음부터
그보다 훨씬 포근했다.


- 💫Glitter Gim
총 6명이 반응했습니다
|

댓글 2개

카카오에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라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작가로 데뷔하시는건....
글이 시적인 여운이 너무 좋습니다
근데 글은 잘 쓰셧으나 제가 뇌가 회전이 잘안되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이해가ㅜ 
댓글에 부연설명 부탁드립니다
부연설명 듣고 글을 보면 비로소 글의 진가가 100프로 보일거 같아요 ㅎ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댓글을 작성하시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자유게시판

203,090건
+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07-27 조회 304
07-27 조회 317
07-27 조회 493
07-26 조회 540
07-26 조회 475
07-26 조회 301
07-26 조회 293
07-26 조회 239
07-26 조회 356
07-26 조회 284
07-26 조회 282
07-25 조회 272
07-25 조회 353
07-25 조회 245
07-25 조회 277
07-25 조회 302
07-25 조회 363
07-24 조회 303
07-24 조회 342
07-24 조회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