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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족들하고 간단한 외출 시에는 차를 두고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는 일이 잦습니다.

 

운전하는게 피곤하기도 하고,

때때로 저녁 식사 때 맛있는 음식에 반주 한잔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때가 있어서요.

 

또 지운이도 한창 버스타는게 재밌을 여섯살이기도 하고 해서

이래저래 대중교통을 자주 애용하고 있습니다.

 

암튼 오늘도 그렇게 버스 타고 나갔다가 택시 타고 들어오는 중이었는데요.

지운엄마랑 오늘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다가

아침에 공찬 얘기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제가 예전에 왼쪽 무릎 슬개골?이었나 암튼 그 부분에 문제가 생겨서

고생한 적이 있는데 오늘 그런 낌새가 또 보이더라구요.

 

게임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사무 체력은 한창 올라옴)

3일 간격으로 무리해서 뛰다 보니 왼무릎이 무거운 느낌이 딱 오더라구요. 

 

그래서 마지막 게임은 못 차고 중간에 교체해서 나왔다는 얘길 하는데

택시 기사님이 운동 선수냐고 그러시더라구요.

 

여기부터는 내용을 좀 간추려서 대화체로...

 

택 : 운동 선수에요?

나 : 아니요. 그냥 조기축구요.

택 : 아~ 대회도 나가고 그래요?

나 : 연합회 겜 나갈 실력은 안 돼요.

마눌 : 동네축구래요~ ㅎㅎ (얄밉얄밉)

택 : 하하 우리 아들이 축구 선수였는데...

나 : 아 그러세요?

택 : 네 대표팀도 올라가고 그랬어요.

나 : 어 이름이 뭔데요?

택 : 이름은... 좀 그렇고... 국대는 못 가고 청대 뛰고 올대까지 갔었어요.

(하시면서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김영광선수도 있었음)

나 : 프로까지 다 뛰었겠네요.

택 : 프로는 제대로 못 뛰었어요.

나 : 왜요? 어느 팀 갔는데요?

택 : 수원 갔는데... 아킬레스건이 끊어졌어. 점프를 못 뛰어요.

나 : 아이고...

마눌 : 진짜 운동선수들은 부상 조심해야 돼 ㅠㅠ

택 : 그래서 국대 상비군까지도 올라가고 그랬는데 못 뛰고 그만 뒀어요.

나 : 저희 같은 사람들한테는 거의 신급인 분이네요.

택 : 하하... 조기축구하시면 선출은 안 끼워주죠?

나 : 그럼요. 레벨이 틀린데... 뺑뺑 돌죠.

택 : 맞아요. 선출은 45세까지는 못 뛸 꺼에요 아마.

나 : 선출 끼면 겜 자체가 힘들죠.

택 : 네 그래도 가끔 나가나보더라구요. 옛날에 지성이 아빠도 내 차 타고 다니고 그랬는데

나 : 지금은 아드님 뭐하세요?

택 : 그 때가 2002년 쯤이었어요. 요즘은 학교 세우려고 하더라고요.

나 : 유소년 아카데미 같은 거요?

택 : 맞아요.

 

그 쯤 얘기하다 보니 집에 거의 다 와서 더 이상 이야기는 못 나누고,

아드님 앞 날 잘 풀리시기 바란다는 되도 않는 덕담 한마디 건네고 내리려니

잘 되야죠 하며 웃으시더군요.

 

얼마 전에 올린 사진에 찍힌 형의 친구가 수원삼성에서 스카우터 생활 하고 있는데

진짜 그런 선수 있었나 한번 알아봐달라 물어볼까 하다가...

그걸 뭘 또 굳이 알아보나 싶어 그냥 재밌는 이야기로 간직해야지 하는 김에

자게에 한번 풀어놔봅니다.

 

기사님이 의심스럽다기보단 신기한 마음이 앞서서요.

말씀하시는 것도 그냥 딱... 선수 아버지 그런 느낌이 딱 들고 뭔가 떠벌리는 느낌이 아니라

담담한 느낌... 그냥 이건 진짜인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그냥 허허 하시며 이야기 하시는데 참 제가 그 입장이라면 어떤 마음일까 싶어

애써 아픈 쪽은 제 딴에는 피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청대-올대-국대상비군이면 주전으로 못 뛰었을 지도 모르지만,

저희 같은 사람들한텐 거의 신급이죠.

같이 뛰면 공이나 한 번 만져볼 수 있을까요. 한 겜만 차도 토 나올 텐데... ㅎㅎㅎ

 

전도유망한 친구였을 텐데... 제 또래 쯤 되었을까 싶고...

얘기 듣는 내내 그냥 속으로 많이 안타깝더라구요.

 

암튼 가끔 아들이 선출인 분들을 운동장에서 다른 곳에서 만나긴 하는데

이 정도 클라스는 없었던 것 같아서 신기한 마음에 자게에 썰 한번

풀어봅니다. 

 

 

 

P.S. :

지운이한테 나중에 축구선수 할꺼야? 했더니

놈이 하는 말이 '아니, 난 엄마아빠 아들 할꼬야'

꽈당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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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사실이라면 아들 이야기 공감해줄만한 상대방이라 생각했을거 같네요. 뜬금없이 이야기 꺼낼 주제는 아니니ㅎㅎㅎ
운동 할때는 중독되어 모르는데 나이들면 대수롭지않게 여겼던 다친곳들이 반격을 시작합니다. 몸좀아끼세요. 그럼 전 낼 새벽 인력시장행이라... 잡니다..
내내 그냥 담담하게 작게작게 말씀하시던데 그 마음이 어떨까 싶고 그렇더라구요. 좀 된 이야기이기는 하겠지만...

오늘 감독형이 금욜날 무리해서 막겜은 뺄까 하다가 공 욕심 있는 거 알아서 못 뺐더니 기어코 교체로 나오더라 그러더라구요. 사실 체력보다 무릎이 이걸 뭐라 그래야 되죠. 암튼 이건 아니다 싶어 나왔는데 낼 아침이 두렵습니다. ㅠㅠ 13일날 지난 번에 우리 뺑뺑 돌린 팀에 복수하러 가야되는데 말이죠... ㅠㅠ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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