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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하면 애정있고, 내가 하면 욕이 되는 말 정보

할머니가 하면 애정있고, 내가 하면 욕이 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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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국할머니와 나의 말실수 이야기.

부산에서 어학당에 다닐 때 나는 한국친구집에 초대받아 놀러갔다.
그 집에는 3살이 된 남자아기가 있었는데 나를 무척 좋아했다.
나도 그 아기가 왠지 좋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한국어 수준이 비슷했기때문이었다ㅋ

나는 아기와 함께 아기동화책을 보면서 같이 한국어공부를 해나갔다.
가끔 아기보다 발음을 못해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ㅠㅠ
어학당에서 배운 말을 아이가 알아듣는지 시험해보기도 하고^^
나보다 빠르게 한국어 실력이 늘어가는 아기를 보면서 힘을 내보기도 하고^^

그날도 보통처럼 아기와 함께 한국어 연습을 하고 있었다.
'요즈므 어똑게 지내심므니까?'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이 가시나 머라카노?' 라는 얼굴...)
나를 빤히 쳐다볼 뿐 대답은 오지 않았다ㅠㅠ
(아~~높임말을 못 알아듣는구나.. 그럼 반말로...)
'요즈므 어똑게 지내심?' (요즘 어떻게 지내?)
......('말 까는기가?' 라는 얼굴)
'아.. 답답합니다. 한국말을 배우십시오.'
......('니나 더 배우고 온나' 라는 얼굴...)

그렇게 서로 말이 안 통해 답답해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급방문하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려나가 할머니를 반기는 아기를 할머니는 격하게 안고 뽀뽀 10방을 날려주었다.
(역시 부산할머니 쿨하네^^ 부산할머니들은 보통 원기가 넘치고 시원시원하다^^)
그리고 이렇게 말? 욕?을 했다.

'아이고 내 새끼. 이쁜 내 새끼.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한국친구 부부는 그런 할머니를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었고 할머니는 뽀뽀공격은 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근데 손자에게 '새끼'라고 해도 되나?'
얼마 전 어학당에서 개X끼 사건
(못 보신 분 클릭)으로 큰 일을 당한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1. 어린 동물=새끼  2. 자신이 낳은 자식=새끼  3. 욕=새끼
1번은 아니고... 할머니랑 아기랑 싸울리는 없으니까 3번도 아니고...
헉... 혹시 할머니가 낳은 거야?????? 할머니 새끼인거야???? 아니야아니야...

나는 한국친구에게 살짝 왜 귀여운 손자에게 새끼라고 하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아기를 애정있고 귀엽게 부를 때(?) '내 아기 내 아기' 보다 '내 새끼 내 새끼' 라고 한다고 했다.
'아~ 그렇구나...역시 실전 한국어는 어렵네...'
할머니는 두 시간동안 애정있는 목소리로 '내 새끼'를 수백번 반복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 안에 있던 '새끼'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는 점점 사라지고 '새끼'라는 단어는 왠지 좋은 느낌이 되어 갔다.

깔끔하게 이해하고나니 어느덧 저녁밥 시간...
새로운 한국어를 배웠으니 당근 말밥 써먹어봐야지ㅋ
무슨 말을 해볼까 하다가 마침 아기가 밥을 잘 먹길래 나는 이렇게 말을 했다.
'오빠 새퀴는 바블 잘 먹슴므니다..
아이고 귀여운 새퀴.. 음......  아!! 아름다운 새퀴'


오빠부부는 입에서 밥이 튀어나왔고,
할머니는 그 후로 왠지 '내 새끼'라는 말을 더이상 하지 않으셨다(-_-)
'새끼'는 역시 나쁜 말인가 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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