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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노화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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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잠을 좀 설친 탓일까. 글자가 흐릿하다. 자판이야 십수년 간 익힌 감으로 능숙하게 쳐내려간다지만 눈이 도통 흐릿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의자를 앞으로 끌어본다. 두툼한 아랫배가 상 모서리에 닿으며 적당히 완충작용한다. 몸을 기울인다. 고개가 앞으로 나간다. 눈을 찌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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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치맛속이나 궁금하던 젊은 날과 달리 김어준이 뭘 먹고 살았을지나 궁금해진 나이의 그는 7까지 써내려가다 이내 지친다. 옛날 은행처럼 포인트경매도 수기로 작성하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옛기억이 아련하다.


상대는 자신보다 젊고 총명하고 겸손하며 예의바른데다 웃기고 잘생긴 완벽한 친구.

어쩐지 시기심에 시작한 꼬장질을 체력이 받쳐주질 않는다. 그러나 정신은 육체를 이긴다고 했던가. 그의 꼬장질에 육체가 끼어들 틈 따윈 애시당초다.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자신을 이겨내려는 순간.


그는 수전증이라도 온 듯 떨리는 손가락을 재게 놀려본다. 9 입력할 차례였던가? 아무래도 하나씩은 답이 없다. 강려크한 한 방이 필요한 때. 통장잔고보다 많은 포인트를 일거에 소진하여 이 기나긴 오욕의 꼬장질을 완성하려 한다. 이 일이 끝났을 쯤이면 자신은 일주일 간의 의무교육에 소집되었을 터. 미처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진 못하겠지만 아무렴 어떠랴. 결과는 자명한 것을. 나는 이미 1부터 10000까지 알뜰히 챙기지 않았던가. 하는 그의 8꿈치가 아련하다.


마우스 움직일 힘도 없는 가엾은 승리자. 그의 몸에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며 겨드랑이가 흥건하다. 마지막으로 승리를 맛본 것이 도대체 언제던가. 탭탭 엔터 입찰이 완료된다.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 중 월요일을 기다렸던 날이 얼마나 되었던가. 소풍날도 수학여행날도 미스김과의 데이트 약속날도 월요일은 월요일로써 기능하여 단단한 아성을 자랑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우주를 돌리는 시계의 한 축이 여포의 적토마라도 탄 듯 잽싸게 돌아가서는 마침내 월요일 오후 2시에 닿기를 그는 누구보다 소망하는 것이었다.


결과가 나오면 노원까지 불러야지. 그 알량한 책 한 권을 들고 지하철을 두 세 번 환승해서 노원으로 오면 부재중이라 하며 돌려보내야지. 겨드랑이가 젖다 못해 흘러넘친다. 차라리 경매상품이 데오드란트였으면 좋았을 것을. 그는 내심 아쉬워하며 사실 상품 자체는 의미가 없다며 쪼그라든 뇌를 쓰다듬는다. 그러는 사이에도 승리의 황홀감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I'm King of the world.


뱃머리에 서서 용트림을 하던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다.

활기가 넘친다. 어서 월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마누라가 부른다. 가봐야겠다.


 의 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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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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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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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7개

리자님이 지운아빠님에게 그랬던 것을 이제 지운아빠님도 느끼시는군요... 주니모님 당첨 축하드리옵니다... 지운 아빠님 선수시군요... 주니모님의 연락/주소를 획득하셨습니다 ㅎ
두근반 세근반 뛰는 심장을 이내 부여잡으며 간신히 진정시켜본다.

애당초 10000까지 한호흡에 내달릴 수는 있으되 사람의 마음이란게 그리 편리함만을 좇는 존재는 아닌가 보다.

흐릿한 시야는 집중력을 흩뜨릴수는 있으나 십수년 손에익은 청축의 키감은 시야와 상관없이 무릇 상쾌하다.
 
1을 누르며 아들의 첫돌을 기념하고..
2를 누르며 둘째의 탄생을 기억하리라..
3을 누르며 삼라만상의 오의를 조금 느끼고..
4를 누르며 훗날 다가올 죽음을 의연히 대비하리라..
5를 누르며 오장의 조화로움을 느끼고.
6을 누르며 육부의 건강함을 기원하리라.
7을 누르며 일곱가지 선의를 행하길 다짐한다.
8을 누르려는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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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이 났다. 8년전의 그날.

아름다운 봄날. 꽃비가 내리던 텅 빈 산골을 걷던 그날.

인적드문 절을 찾아보다 도달한 냑산사에서 만난 그 스님..

단순함과 간소함이 세상의 오의라고 말씀하시며 티팬티만 입고 다니시던 그 스님.

揭(높이들 게) 利(이로울 이) 謁(뵐 알)

세상의 이로움을 높게 알린다는 뜻이라고 하였던가. 법호 게이알을 쓰던 그 스님.

속리산 중턱에서 처음만난 기괴한 스님의 이름은 민섭이라 하였다.

도저히 육식을 하지 않고는 가질수 없는 배둘레햄을 실룩거리며 산을 힘겹게 내려오던 모습.

간신히 실소를 참고있던 내게 이내던진 그 한마디는

이 스님의 이미지를 나에게 오랜기간 각인시키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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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님. 제로보드 만세.."

뭔 개소리였을까. 아무래도 께림칙하여 8은 누르지 않는게 좋겠다.

근간에 들려오는 비범한 게이알 스님의 행적을 찾아보니

냑산사에서 쫓겨난 이후의 행방이 묘연하여 알길이 없다.

어디선가 또 헛소리를 하고 있진 않을지..



--- 나는 뭐하는 짓인지........
소설에 증말이란 건 없습니다. 나이 들고 처량한 님의 어제와 오늘을 아주 담빽하게 담아냈을 뿐입니다.

절대 당첨 안될줄 알고 포기했었는데 이럴수가...... 너무놀랐어요 ㅋㅋㅋ 지금 쪽지 자동방지가 엑박이라 될때 쪽지 보내드리겠습니다 !! ^0^
묘하게 이 남자에게 끌린다.
선혈이 낭자하여 붉은 비처럼 흘러내리는 와중에도 그는 잇몸을 보이며 연신 웃고있다.
3월에 핀 연분홍빛 벚꽃.
그 속을 거닐었던 8팔한 젊은 시절 육체를 떠올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반쯤은 실성한 것같은 미소가 애처로우면서도 섬뜩하다.
필시 지금쯤이면 근육 속 어디메쯤, 아니지. 서걱하는 찰라 그 칼끝의 느낌이라면 땅! 하고 부딪히던 뼛소리가 분명한터.
그의 혈골은 이미 제 기능을 해내기에는 그누보드4와 같은 신세가 분명할진데.
그의 보잘 것없는 육신을 붙잡고 있는 그 무엇,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저 눈빛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출처-
지은이 : 게이알 / 소설 외8이 검객 중 발췌 / 도서출판 민섭닷컴 ISBN 888888888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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