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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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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8년에 전방 부대에 입대해서 90년에 전역했습니다.
운좋게 사단에서 근무했습니다.

 

첫 사단장은 사생활에 문제가 있긴 했으나 합리적인 부대운영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낙엽과 눈이 아무리 쌓여도 주요 보급로 이외는 병력 동원해 억지로 치우지 말고
대신 "이 아름다운 산하를 보며 내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고 지시했으니까요.

군대 내 구타 금지를 내세우며 노력한 덕분에 그래도 구타가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사단장이 2년 임기를 마치면서 저도 병장이 되었습니다.
사단장은 마지막으로 사단의 모든 부사관을 사단 장교식당에 불러 만찬을 하며 격려해 주고 떠났습니다.
나중에 군대 짬밥 30년의 저희 선임하사님이 그 전임 사단장을 
"목숨 내놓고 충성해도 될 사람"이라 높게 평가했습니다.

 

새로운 사단장을 맞았습니다.

 

갑종 출신의 후임 사단장은 전임과는 완전히 딴 나라 사람이었습니다.

겨울 아침 식사 시간에 갑자기 본부대에 내려와 부대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사병 식당 조명이 어둡다, 부대가 더럽다며 당일 일직사관과 본부대장을 포함한 간부 전체를 환경개선 작업이 끝날때까지 퇴근 못하게 했습니다. 

페인트칠과 청소를 하며 그런 감금 생활은 무려 15일간 계속 됐습니다.

 

나중에 사단 사령부 건물의 복도, 화장실이 더럽다며
직접 전체 참모부 사무실 내무검열을 하겠다고 해서 부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특히 복도와 벽이 만나는 검은색 걸레받이 부분이 더럽다고 콕 찝어주는 바람에
간부들이 우리 사병들의 구두약을 가져오게 해 칫솔로 구석구석 칠하게 했습니다.

 월급 많이 받은 간부들이 구두약을 사야지, 사병들 보급품을 왜 삥 뜯을까,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더럽습니다.

 

드디어 사단장이 각 참모부 내무검열을 시작했습니다.
사단장이 우리 사무실에 와서 책상 서랍까지 열어보며 지적질을 했습니다.

선임하사님이 종이 절약을 위해 16절 갱지 이면지를 썼는데 
"종이 많은 부관부에서 왜 이면지를 쓰느냐"고 타박을 했습니다.
칭찬 받아야 할 일 아닌가요?

 

그리 끝날줄 알았는데 갑자기 사단장이
"여기 사무실 사병 고참 누구야?" 하는 겁니다.

말년고참인 제가 깜짝 놀라 큰 소리로 관등성명을 댔습니다.

 

사단장이 저를 보며
"너, 지갑 가져와 봐." 하는 겁니다.

지갑을 받아본 사단장이 제 지갑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돈이 3,000원 밖에 없네."합니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사단장이 훈시를 합니다.

"다른 부대에서 보면 부관부 병사가 휴가증 맘대로 끊어 지갑에 몇 장씩 넣고 다니던데." 합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만약 제 지갑에서 휴가증이 하나라도 나왔으면 영창을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말이 됩니까, 어떻게 대한민국 투스타 전방 사단장이 사병 지갑을 뒤집니까?
사단장이면 사단장 답게 사단장이 해야할 일을 해야 하는데, 
훈련병보다 못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장교, 부사관, 아무리 나쁜 고참도 그리 시시콜콜하게 병사들을 피곤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군장성을 지칭하는 가장 알맞는 말은 "똥별"이겠죠.

 

저는 지금도 가끔 그 후임 사단장을 생각합니다.

어떤 업무 앞에서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말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 "똥별"에게 배운 삶의 교훈입니다.

 

요즘에는 군미필 국군통수권자가 제가 경험한 똥별보다 못한 짓거리를 하고 다녀 혼란스럽습니다.

똥별들이 군인의 명예는 내팽개치고 스스로 똥파리가 돼 가는 것이 개탄스럽습니다.

이런 세상에는 더더욱 똥별들이 판치겠죠.


https://www.youtube.com/watch?v=wtzZ0QiHl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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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개

80년대 초반에 군 생활을 했습니다.
그림쟁이라는 이유로 군단급 사령부 작전과로 차출,  군 생활을 했습니다.
(그 전엔 대대장 따까리.. 사진병으로...)

작전과장이 별 하나, 실무를 보고 있는 건 대령 둘(정보계장, 작전계장)


내 앞자리엔, 중령... 그외 소령이 다섯,
대위나 소위는 그 옆, 다른 사무실에 있었고...

대령이 내 앞에 서서 차트를 부탁할 때
나는 앉아서 그에게 못해준다. 해준다 하곤 했습니다.


내 앞자리 중령, 진급해서 전투 부대 전출..(육사 출신이라 나름 FM)

새로 전입 해온 중령.... 작전은 커녕 어떤 일도 못할 그런 머리였으니...
할 줄 아는 건, 부하들 갈구기 인 듯...
그런 그도 나를 어찌 못했으니..
그의 일이란 게 결국 내 일이었고,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위에서도 OK 였으니..


그가 제안한 게..
"너 말뚝 박아라. 말뚝 박으면 몇 주 훈련하고 내 아래로 불러준다.."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지만.. 다음 이어지는 말에...
"내가 대통령 되면 넌 비서실장 시켜주마"

당시의 장교들의 꿈은 저마다 "박정희, 전두환 일당"이었고...
그 역시도 정치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가 정말 정치인으로 변신할 정도의 인물 같았다면, 말뚝 박았을지도...ㅎㅎ)

그런 저런 군 생활 다 끝나갈 무렵.. 그가 또 제안을 했습니다.
"너 제대 연기해라. 전우 신문 내주고 하루 일당 오천원씩 주마..."

중령 빽으로 제대자 대상 3일 교육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제대 당일 아침 눈 뜨자 마자, 위병소에 전역 명령서 보여주고 걸어나갔습니다.


나중에 들었던 이야기로...
그는 이후 작전과에서 좌천
예하 부대로 좌천, 중령(대대장)에서 옷을 벗었다는... ㅋ


아는 것 없고,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자가
높은 자리에 앉으면 모두 힘들어집니다.

그런데 더 위험한 건,
하나만 아는 넘이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이죠.

그 하나만 아는 것이 "술이나 먹는 것"이라면 더욱 더...


똥별들이 군에서만 설치면 그나마 다행인데..
정치를 꿈꾸기 시작하면...
군 미필자의 특징이 전쟁을 어릴적  병정놀이나 게임 쯤으로 안다는 것이죠.
게다가 군에 보낼 자식 없으니까 더 게임에 중독됩니다.
그래서 안보가 가장 위험합니다.
광주청문회 할때 퇴근길에 앞서가는  육사 출신의 작전처 보좌관하고 작전장교가 하는 말 “그러니까 전라도 그 새끼들 청문회 나와서 그 개소리 못하게 총으로 다 깔겨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진짜 제가 총을 갈기고 싶었습니다.
그 보좌관 이름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별은 달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공감 가는 글입니다.

그런데 궁금한게요... 그 당시 부동시에 완전 면제가 맞는 건가요?
제가 듣기론 굥 정도의 부동시면 방위병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부동시라도 해도 시력 차이에 따라 달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군에서 안경을 맞춰주고 현역판정을 내려주곤 했습니다.
(오히려, 좋은 시력의 눈으로 사격을 하는게 더 유리하다는 식의 말도 했다는...)
안경으로 교정이 어려운 지경이 되어야 방위병 판정을 해주었습니다.

부동시를 포함  간단한 관절 이상 같은 경우에도, 정밀 검사를 수행합니다.
본인의 경우, 사고로 인해 손목 관절에 이상이 있었으나,
(당시에 양 손의 관절 형태가 달라 보이는 정도였음)
한 달쯤 후에 받은 정밀 검사(정밀이라는 말이 무색했지만...) 결과,
소총을 들기에 무리 없다고 현역 판정

개인적인 생각으로
굥의 부동시에 대해 정밀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할 정도로 관대한 판정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런 부동시의 
굥이 안경을 쓴 적도 없고, 당구 지수가 500이었다는 건.. 그저 웃음밖에...
:
그거 꼭 기억해 두셨다가, 이 정권 끝나면 정밀 조사 의뢰해 주세요. (뉴스타파에서 그런 거 잘 해 줌)
어르신의 옛날 이야기...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예전에 책에서 봤던것을 직접 듣게 되네요.
그런데, 지금도 그런X들..들이 있나봅니다.
허허..참...
똥파리 같은 똥별이 많으니 흉상 이전에 찍소리 못하는 것 아닌가요?
제주도민 휴가가면 비행기 값도 주고 며칠 더 주곤 했던 기억.
서울 출신 사무실 고참이 주소를 제주도로 올려서 휴가비 더 타갔던 기억이..

제주도는 20일 휴가, 비행기 값 지원,
다른 곳은 15일 휴가....

전방부대 근무자가 휴가를 나가면,
대전만 벗어나도 제주도 보다 더 오래 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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