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부... 미라클님께...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삶의 일부... 미라클님께... 정보

삶의 일부... 미라클님께...

본문

*

고3 올라가고 얼마되지 않은  4월 .. 부친이 자살을... 

이미 고등학교 입학당시 부터 사업 부진에 항상 집안이 시끄러웠던...

 

하얀 청화소다(청산가리의 일종..) 가루가 부친의 시신 머리맡에 있고..

혹시 몰라, 당신의 머리맡에 있던 것들중, 하얀 그 가루는 화장실에 버리고...

그외의 것들은 한가득 물을 받은 다라이에 넣었고....

 

두 동생은 무서워서 집밖에...

눈도 감지 않은 부친의 몸은 고통에 뒤틀어져 있었던...

눈을 감기고, 시신을 주물러가며 겨우 바로 눕혔던....

 

집안 어른들 저녁즈음 해서 모였으니...

그제야 초상집 같았던...

 

 

**

부친의 장례기간내내 눈물도 나오지 않더군요...

그 이후, 난 내가 사이코 패스라는 생각을...

 

아마도 요즘 같았으면,

정신과 상담부터 받으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먹고 사는 것외엔 사치라고 불렸던 시대였으니...

 

그때부터 나는 그렇게 속으로 부터 상해가고 있었다고 밖에...

 

고교시절 친구들에게 내 부친의 자살을 이야기 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부터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씩 떠나기 시작했고...

40여 년을 친한 친구 하나 없이, 살아왔었습니다.

 

최근 몇 년, 우연히 만난 고교 친구.. 내가 당시에 너무 변했었다고 하더군요.

부친의 자살에 대한 이야길 그제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다시 사람과의 대화를 한다고 하면.. 

믿으실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인터넷이 없었다면, 지금도 침묵하는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

세월이 약이라는 말..

그닥 신뢰할 만한 말은 아닌 듯 합니다만,

조금은 둔하게 만들긴 하네요.. 

 

작년 3월 말경, 

파묘를 하고, 화장을 해서 당신의 고향 북쪽에 가까운 곳, 바다로 보내드렸습니다.

(작년에 이 내용을 글로 올렸다가 30여분 만에 자삭을 하기도 했지요..)

 

 

 

=========================

 

"미라클"님

의도적으로 잊으려 하면 더 힘들겁니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힘들면 힘들어하시고, 

울고 싶으면,  큰소리 내어 우시면 됩니다.

다만, 술 같은것에 의존하는것은 금물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무뎌질 것이니....

추천
6
  • 복사

베스트댓글

@쪼각조각 

남의 일 같기도 하면서도,

그 사건에 얽혀 버린 내 삶이 좀 아깝다는 생각도 가끔 하곤 합니다.

 

작년 파묘 직후,

3살 아래인 동생이 이런 말을 ...

"당시에 무서워 하지 않고 시신을 수습했던 형이 그렇게 커보였다고..."

그런데.. 잊었다고,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동생의 그말에 한시간 동안 눈물이 쏟아졌던...ㅎㅎ

 

잊지 못했고, 그냥 덮어두는 정도는 되었던가 봅니다 

댓글 8개

@쪼각조각 

남의 일 같기도 하면서도,

그 사건에 얽혀 버린 내 삶이 좀 아깝다는 생각도 가끔 하곤 합니다.

 

작년 파묘 직후,

3살 아래인 동생이 이런 말을 ...

"당시에 무서워 하지 않고 시신을 수습했던 형이 그렇게 커보였다고..."

그런데.. 잊었다고,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동생의 그말에 한시간 동안 눈물이 쏟아졌던...ㅎㅎ

 

잊지 못했고, 그냥 덮어두는 정도는 되었던가 봅니다 

그레이님 말씀 감사드립니다~
얼마전 고향 내려갔다가 올라올때 항상 부모님 두분께서 마루에 앉아 손 흔들어주셨는데 이번에는 엄마 혼자서 조심히 올라가라고 손 흔들어줄때 참 서글프더라구요... 발도 잘 안떨어지구요..
깊은 위로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ㅠㅠ

@미라클 

사실, 살아오면서,
내 상황을 아는 이가 무슨말을 해도, 귀에 안들어 왔습니다.

그냥 남말하는구나 하는 느낌들이었지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셨다면 다행입니다. 

© SIRSOFT
현재 페이지 제일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