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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손해?  남자들은 이익?...............주 5일 근무와 관계없는 나같은 사람은 뭐지?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산수
 
[노컷뉴스 2004-07-09 13:16]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고 첫 토요일이 지났습니다. 사람들은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토요일이 휴일이 되니 노동자들에게는 당연히 좋은 것인데, 왜 주5일 근무제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어떤 노동조합은 주5일제 실시 때문에 파업까지 하느냐?"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주5일 근무제, 여름 투쟁의 도화선"이라고 표현한 언론도 있습니다.

간단한 산수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토요일이 휴무가 되니까 일년에 52개의 휴일이 새로 생깁니다. 그런데 토요일에는 이미 오전 근무만 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니 실제로는 26개의 휴일이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회사 입장으로서는 기존 휴가들 중에서 26개만 절반씩 나누어 토요일로 옮기면, 아무 새로운 부담도 없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디어들을 곰곰 생각해내는 것이 자신의 직무인 직원들도 있습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또 이런 계산이 가능합니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월차휴가는 연차휴가와 통합되면서 폐지됐으니, 노동자 입장으로는 일년에 12개의 월차휴가가 없어진 셈입니다. 여성 노동자에게는 생리휴가가 유급에서 무급으로 바뀌었으니 그렇게 없어지는 휴가가 또 일년에 12개입니다. 없어진 월차휴가와 생리휴가를 합하면 일년에 24개의 휴가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일년에 26개의 새로운 휴가가 생기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24개의 휴가가 없어지는 것이 무슨 주5일 근무제냐?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게다가 종전에는 근속연수 1년에 대하여 하루씩 늘어나던 연차휴가가 근속연수 2년에 대하여 하루씩 늘어나는 방식으로 줄어들었으니, 노동자들이 이번에 도입된 주5일 근무제를 '무늬뿐인 주5일 근무제'라고 하는 것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도입 시기가 기업 규모 등에 따라 다른 것도 큰 문제입니다. 우선 1,0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이번에 도입되고, 300인, 100인, 50인 이렇게 구별되다가 2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적용 시기가 2011년입니다. 따라서 그런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들에게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주5일제를 둘러싼 논란이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남의 일'입니다. 한 동네에 살면서 아이들끼리 "우리 아빠는 주5일제 아빠, 너희 아빠는 주6일제 아빠" 이렇게 구별되는 사회적 위화감 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습니다.

주 5일 근무제 도입으로 '생활 혁명'이 예고되고 있다거나, 직장인들이 '자기 계발'과 '가족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됐다거나, 백화점에서 '주5일 이벤트'를 벌이는 소란들이 현재 우리나라 직장인의 85%쯤 되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남의 일'입니다.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주5일 근무제'가 아니라 '주 40시간 근무제'니까, 회사로서는 하루 노동시간을 조금씩 줄여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일주일에 6일 동안 출근해서 일을 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병원 노동조합 파업의 주된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회사로서는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새로운 노동자들을 채용하는 것보다 기존의 직원들로 어떻게든 해 보려고 노력할 것이 당연합니다. 새로운 직원을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되도록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려고 할 것입니다.

"복잡할 때는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애초 2000년 10월에 노·사·정이 주5일 근무제에 관한 '대타협'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공감대는 한마디로 '일자리 나누기'였습니다.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새로운 고용을 창출해 실업을 낮춘다는 취지였습니다. 그 취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노사가 모두 노력하는 주5일 근무제가 돼야 합니다.

주5일 근무제 실시와 관련하여 "기존의 임금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한 것에도 깊은 뜻이 있습니다. 이 규정은 글자 그대로 "일은 적게 하되, 돈은 그대로 받는다"는 뜻인데, 이것을 '도둑놈 심보'라고 볼 것만은 아닙니다. 인류 역사는 사람들이 조금씩 더 적게 일하면서 조금씩 더 잘 사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은 누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그런 사회 발전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식'입니다. 역사의식이 있느냐, 또는 없느냐에 따라 같은 문제를 보는 시각은 그렇게 다릅니다.

시사자키 칼럼 하종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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