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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커피한자늬 여유 ? 정보

새해 커피한자늬 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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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 동해바다는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술, 한 잔의 소주를 연상케 했다.
어느 때엔, 유리잔 밖에서 이랑지어 흘러내리는 소주 특유의 근기를 느껴
매스껍기도 했지만 대체로 그것은 단숨에 들이켜고 싶은 고혹적인 빛깔이었다.
파르스름한 바다, 그 바다가 있는 곳, 묵호, 그렇다. 묵호는 술과 바람의 도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서둘러 독한 술로 몸을 적시고, 방파제 끝에 웅크리고 앉아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토악질을 하고,
그리고는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부두의 적탄장에서 날아오르는 탄분처럼 휘날려, 어떤 이는 바다로,
어떤 이는 멀고 낮선 고장으로, 그리고 어떤 이는 울렁울렁하고
니글니글한 지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멀리 무덤 속으로 떠나갔다.
가끔은 돌아온, 이도 있었다.
플라타너스 낙엽을 밟고 서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다가
문득 무언가 서러움에 복받쳐 오르면, 그들은 이 도시를 기억해냈다.
 
바다가 그리워지거나, 흠씬 술이 젖고 싶어지거나 엉엉 울고 싶어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허둥지둥 이 술과 바람의 도시를 찾아나서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언제나 묵호는 묵호가 아니라 바다는 저고리 옷가슴을 풀어헤쳐
둥글고 커다란 젖가슴을 꺼내주었다. 그 젖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고 도리질하며
울다가 보면, 바다는 부드럽게 출렁이는 젖가슴으로 돌아온 탕아의 야윈 볼을
다독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얘야, 어서 떠나가라, 어서 떠나가라.
 얘야, 바다에는 아무것도 없단다.
 어서 인간의 바다로 떠나거라. "
 
 묵호 출신 소설가 심상대는 그의 소설 < 묵호를 아는가 >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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