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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우리말을 질식시키는 채팅용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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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에 딸애의 글을 올리고 난 뒤에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보여 주시고
  쪽지로 호응을 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리며 2년전 청탁을 받아 모 기업의 사보에 게재한 글을 하나 더 올립니다.
  채팅용어와 그 폐해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실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



채팅용어가 우리말을 훼손하는 현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의 글을 보면 그 심각성을 더욱 깊게 느낄수 있다.
한달에 두번씩 아이들 학교의 문예반 지도를 하고 있는데
그 학교에서 글을 가장 잘 쓴다는 아이들의 글속에서도 
우리말과 글은 깊은 상처를 드러낸채 신음하고 있었다.

우리말글은 소리위주로 되어 있어서 약간 다르게 써도 
그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게 전달 된다.
그로인해 사이버 공간에서는
편리만을 쫓아 극단적으로 줄여 쓰거나 변형해서 쓰게 되었고
그 채팅용어들은 우리말을 심각하게 훼손시켜 버렸다.
세계적으로도 찾아 보기 힘든 독보적인 소리글자라는 한글의 가장 큰 장점이
본연의 모습을 훼손당하는 빌미가 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각국의 고유언어들 대부분이 자연적으로 생성되고 파생된데 비해
한글은 국가적인 차원의 계획으로 탄생한 언어로서 그 편리함과 우수성에 대해서는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영어는 철자 하나만 틀려도 그 뜻이 전혀 다른 단어가 되어 버리지만
불행하게도(?) 한글은 받침은 물론이고 글자 한두개가 틀려도 그 뜻이 그대로 전달된다.
너무나 우수한 소리글자라는 태생이 
채팅용어라는 변이가 나타날 수 있게한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생각하면
채팅용어를 볼 때 마다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의 자랑스런 한글이
유네스코에 등록된 인류문화유산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네스코에서
한발 앞선 아이티기반으로 인해 망가져 가는 한글의 실태에 대해 우리정부에
우려 섞인 권고를 하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하다.
그 뛰어난 실용성과 과학성과 가치를 인정하여
세계의 각 대학에서 한글을 연구하는 학과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역행하여 
지키고 보호해야 할 우리는 앞장서서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어느나라보다 앞서 있다고 자랑하는 인터넷기반이
우리말글을 망치는 주범이 되어 있으니 아이티 선진국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일만은 아닌듯 싶다.

몇년전 한양대학교에 연구원으로 와있으면서 박사논문을 준비하던
나까무라야에(현 동경대 교수)라는 일본인이 내게 들려 주었던 충격적인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국에 와서 이년동안 살면서
자신보다 한글을 더 정확하게 쓰는 사람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채팅용어로 자국어를 훼손하는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심각하였으면
외국의 몇몇 대학에서 인터넷의 폐해에 대한 사례로
우리나라의 한글훼손에 대한 주제로 연구를 하고
비웃음 섞인 논문들을 잇달아 발표를 하였을까....

초기의 채팅용어는 그래도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었다.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포스데이타 등 피씨통신 시절의 채팅용어는
주사용층이 전문지식인들이어서인지
우리말을 망가뜨리기 보다는 귀엽게 보조하는 역할로 쓰였었다.
아직도 많이들 쓰고 있는
이쁘네.........이뽀
미치겠네......미쵸
그렇죠?.......그쵸? 등과 같이 감각있는 조어이면서
실생활에서도 무리 없이 쓰일수 있는 것들이었다.
보거나 듣는 사람이 미소를 지을수 있을 정도는 되었었다.
그러다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우리말은 급격히 망가지고 뒤틀리고 흠집나면서
깊은 상처를 앓게 되었다.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이들이 생각없이 쓰기 시작한 추세에다
경계하고 만류해야 할 어른들조차도
거기에 합류하게 되어 한글의 훼손은 더욱 심각해졌다.

채팅용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말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데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더 많은 문제점들도 안고 있으니
대부분의 채팅용어들이 반말과 경어의 구분조차 애매한 극도로 무례한 언어라는 것이다.
예의를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중의 하나가 언어일텐데
반말끝에 ~요나 ~여만 갖다 牡?용어들은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불편하고 불쾌한 무례한 언어들이다.
~했다요나  ~해서여 등의 말을
오프라인에서 예의를 갖춰 이야기 해야하는 상대에게 쓸수 있을까?
오프에서는 당연히 갖춰야 하는 예의가
온라인에서는 왜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일까?
단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가
예의를 갖춰도 되지 않는다는 착각에 정당성이라도 부여하는 것일까?

또 하나의  문제점은
대화의 상대방이 채팅용어를 남발하는 당사자를
존중과 예의로 대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정중하게 대하지 않고
가볍게 대하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언어가 그 사람의 교양과 인품을 대변한다면 채팅용어를 남발하는 사람은
어쩌면 스스로 교양인으로서 존중 받기를 포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화를 부드럽게 하고 대화의 활력소가 되어야 할 웃음소리이다.
채팅용어를 자주 쓰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빨리 웃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라도 하는것 처럼
이야기가 떨어지자마자 바로 폭포수 같은 웃음을 쏟아낸다.
웃음의 형태도 모두 약속이라도 한것 처럼 똑 같은 모습이다.
ㅋㅋㅋㅋ 나 ㅎㅎㅎㅎ 등
동그랗지 않고 모난 날카로운 웃음들이 대부분이다.
오프라인에서 그렇게 웃었다면 상대방이 어떤 느낌이 들까?
분명
유쾌한 느낌을 주는 향기로운 웃음이 아닌
가볍고 경박한 웃음으로 느껴질 것이다.
오프라인의 느낌과 가치가 온라인에서는 전혀 무의미 하다고 믿기라도 하는 것일까?
온라인에서는 왜
상대의 이야기에 훗~하고 미소를 지울수 없는 것인지....

무엇이 그리도 급한 것일까?
왜 향기로운 담소를 하지 못하고 퍼붓듯이 말하고 웃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인터넷기반 세계 제일이라고 자랑하면
외국사람들이 꼭 되돌려 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시설과 사용인구로는 제일일지 모르지만 인터넷 문화는 후진국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인터넷기반시설이 세계제일이라고 자랑하기 전에
우리의 인터넷 문화는 어떤지 점검 해봐야 할 때가 된 듯하다.
[그 좋은 시설을 가지고
그 많은 사용자들이
앞 다퉈 자기나라의 얼과 정신이 담긴 고유언어를 훼손시키고
인터넷을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나라] 라는 말을
이제는 정말 그만 들어야 하겠다.

산과 강이 오염되어 원래의 모습을 잃어 가고 있는 시대에
인터넷마저 채팅용어의 더미 속에 파묻혀 간다면
아마도 머잖은 날에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은
황폐해진 인터넷 공간에서 숨조차 쉬기 힘들게 될 것이다.

우리가 즐겁게 쉬기 위해 찾는 공간인 인터넷을
예의가 있고 향기가 있는 또 하나의 공원으로 가꾸기 위해
이제 어른들이 나서야겠다.
오프라인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갖다가 버리는
배설의 장이 아닌 휴식공간으로서의 온라인으로 되살려야겠다.

이제부터라도 잠시만 호흡을 고르는 연습을 하자.
제자리를 잃어버린 자음과 모음이
원래의 자리에서 원래의 모습으로 반짝이게 하자.
인터넷은 배설의 장이 아닌 표현의 장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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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겁니다.
저도 솔직히 채팅용서 같은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강물이 뒷물에 밀려 앞물이 흘러가듯이
시대의 흐름이란 대세는 거역할 수 없는거지요.
저같은 40대가 아무리 싫어한다 해도 10대 20대들은 자기들만의 문화를 만들 권리가 있고 만들어 갈것 입니다.
아마도 지금 60대 분들이 저희세대를 보고 똑같은 말씀을 하셨으리라 생각 되네요.
그러므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게 스트레스를 받지않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네요.
© SIR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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