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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농협 정보

Episode 1.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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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한풀 꺾인 날씨라고 하지만 내 침대 밖의 아침은 싸늘하다.
알람으로 맞춰둔 텔레비전은 늦은 아침 뉴스를 속삭이고 있다.
나는 속으로 열을 세고 개선장군이라도 된냥 이불을 걷어차고 몸을 일으킨다.
보일러를 틀고 난로에 불을 붙인다.
난로 심지에 춤추는 불꽃을 보니 사무실은 벌써 훈기가 도는거 같다.
보는 사람은 없지만 생명연장의 비법을 수행하 듯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발을 닦고 말끔히 머리를 빗어 넘긴다.
머리를 깎은지 한 달이 안된거 같은데 벌써 덥수룩한게 옛날 우리 고향 마을에서 밥 얻어러 다니던 나이많은 더벅머리 아저씨를 보는거 같다.
 
컴퓨터의 전원을 켜자 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어여 오전 일과를 시작하라는 직장 상사의 잔소리와도 같다.
나는 상사의 눈치를 뒤로한 채 개인 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 뉴스도 읽고 페이스북에 들른 후에 요즘 부쩍 재미를 들린 그누보드 게시판에서 사람들의 일상과 제잘거림을 관음증처럼 훔쳐보다 내 속내 하나를 털어 놓는다.
 
오늘 은행에 들러야 할 일을 기억 한걸 보니 아직 내 머리가 영 고물은 아닌가보다.
간만에 움직이는 내 차는 먼지가 자욱하게 내려 앉아 있다.
은행에 들러 간단히 볼일을 마치면 세차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오래전 학교 다닐 때 거래하던 농협을 나는 지금도 이용하고 있다.
번호표를 뽑았지만 순번을 기다릴 필요가 없을만큼 농협 창구는 비교적 한산했다.
인터넷 뱅킹에서 대출 조건 갱신이라고 하니 자주 하던 업무가 아니여서인지 시간이 걸린다.
 
상냥하게 웃는다.
앳되 보이는 얼굴이 꼬집어 보고 싶을만큼 예쁘다.
몇 가지 서류를 주고는 서명 해 달라고 한다.
내 손은 필기를 하고 눈은 그녀를 바라 볼 수 있는 재주가 있었다는 걸 돌아오는 차안에서 알게 됐다.
뒤에 기다리던 아저씨가 순서도 되지 않았는데 그녀에게 청구서류들을 건낸다.
그 덕에 나를 향한 그녀의 미소를 한 번 더 볼 수 있었다.
뒷분 업무 먼저 처리 해 드려도 되냐고 양해를 구한거 같은데 나는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없다.
조금 더 그녀를 바라 보고 있을 수 있게 된 것만 좋았다.
 
시간이 좀 걸릴거 같다던 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다른 필요한게 있냐는 물음에, 당신이 필요합니다라고 대답 할 뻔 했다.
이대로 일어서면 안될거 같아 옛날에 계좌가 하나 더 있었는데 수면계좌가 된건지 알아 봐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이쯤되면 내 순발력도 쓸많다.
사실 옛날에 쓰던 계좌는 군대가면서 해지 했기 때문에 있을리 없다.
계좌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전히 그녀의 미소는 눈부시고 앳된 얼굴은 나를 설레게 했다.
그녀도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던 몇가지 얘기를 더 하더니 아까 서명 했던 서류의 내 전화번호를 가리키며 혹시 이 번호로 전화하면 되냐고 한다.
나는 혹시라도 번호를 잘 못 적었을까 싶어 다시 확인했다.
우린 짧게 시선을 더 맞추고 미소로 배웅하는 그녀를 뒤로 한 채 천국에서 우리 세상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인연은 언제나 예고없이 다가온다.
신한은행의 그녀는 이제 과거로 보내주어야 할 때인거 같다.
마음은 아프지만 나보다 더 좋은 고객님 만나서 큰 건 계약 할 수 있기를 멀리서 기도해야한다.
 
 
 
 
Episode 2. 미용실
 
돌아오는 길은 향기가 날 것 같은 봄날이다.
덥수룩한 머리를 정리해야 될거같아 나는 자주 다니던 미용실로 향한다.
문을 열면 경쾌한 종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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