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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과 도굴] 도토리 물 바르면 수백년된 종이로 둔갑 정보

기타 [위작과 도굴] 도토리 물 바르면 수백년된 종이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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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진짜같고 더 늙게’ 보이기 위해
염산부터 디지털 스캔까지 총동원
"북한 도자기는 진짜" 말 퍼지자 北으로 보냈다 다시 中거쳐 수입도
[조선일보 -->신형준기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드는 사람. 발굴단보다 한발 앞서는 도굴범. 그들도 ‘전문가’다. 첨단 경쟁력을 찾아 치열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화랑 주인들조차 “그들이 마음먹고 가짜를 만들면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위작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일반인은 그걸 어떻게 가려내야 할까.
◆한국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서화 위조범 권모씨. 지금은 ‘손을 떼고’ 지방으로 잠적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한국화가 청전 이상범의 위작 전문으로 악명을 날렸다.
미술계에서는 그가 표구사 기능직원으로 일하면서 훼손된 그림을 손질하는 법을 배웠다고 전한다. 한 감정위원은 “권씨는 손님이 표구를 맡긴 그림의 종이 측면을 위·아래로 갈라 원작에서 ‘새끼작품’을 하나 더 만들어내는 방법을 썼다”고 했다. 청전은 얇은 종이 두 겹이 한 장을 이루는 이른바 ‘음양합지’에 그림을 그렸다. 때문에 종이를 위·아래 방향으로 살살 갈라 뜯어내면 윗장에는 진짜 그림이 남고, 아랫장에는 그림의 먹이 잘 살아 있는 그림이 남는다. 약간 흐린 빛깔이지만 이미지는 똑같다. 여기에 먹을 약간 덧칠하면 청전의 ‘복제 그림’ 하나가 생긴다.
유리판 아래에 원작을, 위에 빈 종이를 놓고 아래에서 광선을 비추어 형태를 베끼는 ‘덧칠하기’도 위조범들의 수법. 이때 종이를 수십 년, 수백 년 된 종이처럼 보이게 하려고 도토리 삶은 물이나 지푸라기 담근 물 등을 종이 위에 엷게 발라 누렇게 변색시키곤 한다. 원래 훼손된 작품을 복원할 때 쓰는 방법이지만, 위조범들은 이를 악용한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볶을 때 가스레인지 위에 종이를 수평으로 매달아 놓아 종이를 누렇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종이의 연대는 과학적 측정방법으로 드러날 수 있다. 그래서 위조범들은 아예 수십 년, 수백 년 된 종이를 암암리에 구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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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1950~60년대에 그린 진품의 캔버스는 이미 낡아서 섬유가 뚝뚝 끊긴다. 그래서 위조범들은 멀쩡한 캔버스를 오래된 것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캔버스에 질산·염산 등으로 산화처리를 한다. 유화 물감에 건조촉진제를 섞어서 그려 그림 표면을 ‘늙게 만드는’ 방법도 쓴다. 디지털 기술도 위조범들에게 악용된다. 화집에 있는 원화의 이미지를 스캔한 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크기를 늘리거나 줄인다. 서로 다른 그림의 일부분을 따서 새로운 조합을 만들기도 한다.
◆도자기
경기도 등 조선시대 자기를 생산하던 분원 주변에서 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도자기 흙(태토)의 느낌을 같게 하기 위해서다.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에서 도굴 혹은 위조된 고려청자 등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북한 것은 진짜”라는 신뢰가 생기자 국내에서 제작된 가짜 도자기가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반입됐다가 다시 중국을 거쳐 수입되는 경우도 생겼다. 어느 문화재위원은 “북한의 고려 청자들이 남한에 대량 반입되면서 국내 청자 가격은 3분의 1 정도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제작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제작 기술이 계속 전수돼 왔기에 그림과 더불어 가장 세련된 위작품이 양산되는 분야다. 다만 가짜를 옛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약한 염산에 담그거나 흙 속이나 분뇨 속에 넣어서 뿌옇게 만든다. 땅에 묻어 두기도 하는데 심한 경우는 수년간 묻어 놓는다. 1970년대 이후 전남 신안 등지 해저유물선에서 고려청자 등이 쏟아져 나오자 가짜 고려청자를 제작한 뒤 해저에서 출토된 것처럼 보이려고 해안 개펄에 묻어 놓는 경우도 있다.
◆청동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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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검이나 청동거울도 옛 방식처럼 활석 등 돌로 된 주물틀을 이용해 만든다. 청동거울은 성분 분석 결과가 알려졌기 때문인지 공식적으로는 20여점의 완형만 발굴됐는데도, 최근 들어 10여점 이상 돌아다닌다는 게 청동기 전문가들의 이야기이다. 청동거울은 사진을 찍어서 필름 등을 청동판 위에 올려 놓고 이를 본떠 정교하게 제작해 낸다. ‘사진 부식 기법’이라고 부른다.
(신형준기자·이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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