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사람의 Give up! 정보
또 한 사람의 Giv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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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이야기입니다.
생활정보지라는 걸 처음 알게 된 건 아마도 20여년 전인거 같습니다. 시골에서는 그런 신문을 접할 일이 없기 때문에 사회에 발을 딛게 되면서 교차로나 벼룩시장이라는 생활정보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 때는 아마도 교차로신문이 대표적인 생활정보 신문이였던 거 같습니다. 방을 얻을 때나 중고 물건을 구할 때 당연하게 찾게 되었었죠. 성수기(?) 때는 나름 경쟁률이 높아서 새벽에 기다렸다가 배달하는 아저씨에게 직접 받아보기도 했었습니다.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지역 포털 형식의 생활정보 인터넷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저 역시도 졸업하고 나서 처음 만들어서 운영했던 사이트가 그런 종류였습니다. 저는 그런 사이트에 대한 비전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교수님이 적극 추천해 주었었죠. 물론 2년 정도 운영하다 실패 했습니다. 저만 그런것이 아니라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지식과 경험 부족으로 쓴맛을 보게 됩니다. 다 망하고 딱 한 곳이 살아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지역 포털들이 생겼다가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살아남았던 그 회사는 지면발행을 같이했었습니다. 사이트 운영보다는 종이신문에 더 많은 공을 들였던 것이죠. 10여년 동안 많은 경쟁사들을 제치고 잘 운영돼 오는 거 같았는데 돌연 회사를 팔게됩니다.
회사를 인수한 새로운 사업자는 의욕이 넘쳤습니다. 과감하게 회사 이름도 바꾸고 사무실도 확장 이전했습니다. 직원도 더 뽑고 지면신문에 이어 유료 주간지까지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를 받아 합자회사로 운영하게 됐는데 투자자가 자본이 있는거라 생각했습니다. 옆에서 보면 정말 승승장구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미 십수년 이 회사의 생활정보신문을 애용하던 고정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좀 더 회사를 키워서 중견 언론사까지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랐었습니다. 그 때가 되면 포털 쪽 운영에 한 발짝 슥 들여볼까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장님은 인터넷 보다는 종이신문과 주간지에 너무 많은 투자를 집중시켰습니다. 사이트 운영을 등한시 하는 거 같아 가끔 그것에 대한 언급도 해 드렸지만 사이트 방문으로 생활정보를 구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결국 둘 다 잘 안 됐습니다. 2년여간 잘 운영하다 사업 확장 후 7개월만의 일입니다.
몇 해전 또다른 포털 사장님은(학교 선배) 지나치게 사이트에만 매진하는 것같아 역시나 위태로워 보였는데 5년여 만에 빚만지고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두 사장님들을 곁에서 겪어보면서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이버 세상이 아무리 대세라 해도 현실 세계의 "정서"는 매우 중요하다. 현실 세계의 인적 인프라를 사이버 상으로 옮겨 놓는 것이 능력이다. 옛날에 쓴 맛을 보고 13년동안 준비만 하고 있는 저로써는 이런 사람들의 경험이 좋은 거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를 넘기게 되면 14년째 준비만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페이스북에 간판 내리는 사진을 올리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이렇게 지역기반 토종 업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봅니다. 15년동안 잘 운영되던 회사였는데 다시 재기할 수 있었으면 하네요. 그렇게 되면 어쩌면 저와 경쟁사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냑 회원님이 운영하시는 **시티넷 사이트도 보여주면서 종이신문과 포털을 함께 운영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다시 기역 기반 무가지가 없어지고 교차로와 벼룩시장이 주류가 될 듯 합니다. 이 독점 회사들의 광고비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겪었던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 되겠네요.
우리 회사도 아닌데 요 며칠 기분이 착찹하네요. ^^;;; 저도 시골 놈이지만 지역 업체 사장님들, 특히 IT쪽은 오픈마인드 정말 중요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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