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친구와 통통아줌마 보러간다.

"어서 오세요"  
판에 밖은, 정머리가 하나도 없는 인사를 하면서 손님한테 눈길하나 주지 않는다.

그 꼴을 일부러  외면하면서 식탁에 앉자마자 우리는 딴소리로 관심을 멀리한다.

"오늘은 뭘 먹지 ?"
"어제 먹은걸로 먹지 뭐"

"어제는 뭘 먹었는데 ?"
"오늘 먹을것을 먹었겠지."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을 꿔와서 씨부러 보면서 
치매걸린 아주 아주 늙은이 행세를 해 본다.

술병에 남아있는 술의 수면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것 보기가 안타깝다.
그래서 그 꼴 보기 싫어서 눈 감고 마신다.

"채소 좀 더 드릴까요?"
"아니오, 그냥 됐어요 우리 돈 없거던?"

이 집은 메뉴에 유달리 "채소추가"가 있다.
몇 푼 더내고 채소를 추가 할 수 있어서 궁색하지 않아서 좋을 때도 많지만
오늘은 일부터 퉁명을 부려본다.

조금있다가 통퉁아줌마 채소그릇 들고와서 푸짐하게 넣어준다.
"어  !?"
괘씸하다는 눈총을 통통아줌마에게 쏘아 봤는데 알고도 모르는척 하는지 양념통 그릇만 못살게 한다.

'돈 받는것 아니에요."
뒤 돌아 가면서 한마디 하는 통통아줌마 말에 우리 두 친구의 눈길이 마주친다.

계산대로 가서 밥값을 계산한다.
얼굴한번 더 보려고 일부러 계산대까지 갔것만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듯

"서울 잘 다녀 오셨어요? 그런데  발을 또 다치셨다면서요? "

"네, 서울 경제가 하도 좋지 않다고 해서 몇십만원 보태주고 왔습니다."

"불편해서 어쩌지요? 그렇지 않아도 걷는것이 불편하셨는데 또..."

"네, 원래 오른발이 좀 불편했었는데, 이번에 왼쪽발을 다쳐서 이제 발란스가 딱 맞습니다."

"ㅎㅎ 농담은 여전하십니다 옛날처럼...."

"옛날이라니요?"
"아니, 아닙니다." 애써 얼버무리며 다른손님과 딴청을 부린다.

그런데 옛날이라니, 무슨 뜻인가?
통통아줌마 하고는 농담 주고 받았을 옛날은 없는데, 옛날이 아니고 오늘 얘기겠지

농담 좀 했다고 이상하게 보는건가?
농담안하면 어쩔건데? 그렇다고 아픈다리 나을것 같지도 않은데 웃고 살아야지

그러나 웃는게 웃는것이 아니다. 나도 알고 너도알고 모두가 안다.

"걱정마십시요. 밥 잘먹으면 금방 낫겠지요." 어색한 분위기에 한마디 보태고 나온다.

그러나 옛날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은 찜찜하다.  무슨일이 있었나?

애라이 모르겠다 '케세라 세라"다 . 

"케세라 세라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나게 되어있다" 는 이말이 살아보니까 대충 대충 맞는것 같기도 하니

조금은 찜찜해도 언젠가는 밝혀지겠지..

그러니 할수없다,  오늘은 그냥 '케세라 세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