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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아티스트를 은유한 개그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 도무지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라는 핑계를 대는 엉터리 예술가를 풍자한 개그였는데,

어렸을 땐 그냥 깔깔거리며 웃어 넘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비슷한 일이 생겨납니다.

 

 

디자인 얘기는 아니구요. 디자인이야 제가 뭐 영감 따져가면서 할만한 레벨도 아니고...

음... 글쓰기 얘기인데... 이것도 말해놓고 보니 쫌 그렇네요.

글쓰기라고 뭐 영감 따질 레벨인가? 싶어서요. ㅎㅎㅎ

 

 

암튼 어렸을 때는 그냥 소소한 이야기들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쓰면

그게 글이 되고 시도 되고 그런 날들이 있었더랬습니다.

 

세이클럽, 카페 이런 것들 활성화 될 때쯤엔 글쓰기 카페에서 활동도 했었고

제법 창의적인 시들도 몇 편 토해내서 정모 때면 누나 형님들한테

이쁨 받았던 기억도 있구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냥 술술 쓰여지던 글들이 도무지 쓰여지지 않더니,

차라리 애들보다도 못하게 무슨 글을 쓰고 싶은 건지,

무얼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날이 여지껏 이어져 십수년입니다.

 

아, 이런 얘길 하고 싶다기보다는

 

 

오늘 밤 지운이 녀석 재우고 나서 문득 이승환의 꽃이 듣고 싶어

유튜브에서 한 곡 때리고 가만히 이 노래 저 노래 듣던 중

루시드폴이 여명을 위트있게 따라 부른 사랑한 후에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우연찮게 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지나간 사랑?들이, 사실 사랑이라기보단

이별하던 순간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지나가더라구요.

 

 

그 순간 정말 기가 막히게도 어떤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아 이런 이야기를 써보면 재밌겠다.

정말 오랜만에 어떤 글을 써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나이가 들긴 했는지 쓰고 싶단 글은 쓰지 않고 이렇게 그 순간의 감상을

저만의 SNS 냑 자게에다 한번 끄적거려 봅니다.

 

 

물론 아침이 밝아오면 다시 한번 누구냐 넌? 하며

지금 이 순간의 저와 어색하고 낯선 대면식을 해야겠지만

이런 순간도 있었구나 놓치고 싶지 않아 한글 남겨봅니다.

 

 

일하면서 좋은 날도 있었지만 나쁜 날 어려운 날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다 보면 감정 따위 돌볼 겨를이 없지요.

그저 치열하게 하루를 견뎌내곤 잠들기 전 까만 천장을 힘없이 바라보며

삶의 나약함을 처절함을 곱씹어보곤 합니다.

 

그런 밤의 연속 속에 이런 감성적인 밤은 정말 놓치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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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오늘 저도 여러 일들이 있었고 여러 이야기들을 듣고 우울감에 사로 잡혀 있었는데 공감되네요. 술이나 한잔해야지 했는데 아... 어제 폭주해서 속이 뒤집어져 그것도 못하겠고... 사는게 다 그런거 같습니다. 행복한 순간은 소주 한고뿌도 안되고, 힘든 나날들이 두홉이네요. 그래도 마셔야 할때는 쭈욱 마셔야 또 살아지는거고...  그렇습니다. 공허하긴 하지만 힘내시고요.
그 한잔에 취해 살아지는게 인생인가 싶습니다.
이번 추석 때 처가 가니 장인어른이 와이프한테 그러셨더라구요.
김서방이 술이 많이 늘었더라고

이마저도 칭찬으로 들려 내가 어제 쫌 마시긴 했지? 하며 생색 섞인 무안을 떨어보다가
이내 술이 늘은 건지 다른게 늘은 건지 헛헛한 생각에 웃음이 나더랍니다.

쪼각조각님도 힘내세요. 저 같은 놈두 살아가는데요 뭘 차암 ㅎㅎㅎ
브런치 라는 사이트 아세요?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둘러보시고 작가신청 해보심 오때용?^^
지운아빠임 글 솜씨야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금새 메인으로 고고싱 하실 듯 ㅎ
© SIR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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