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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님의 감성사전 [불펌했습니다-저작권료내야하는데...] 정보

이외수님의 감성사전 [불펌했습니다-저작권료내야하는데...]

본문

7. 평화
전쟁발발의 합리적 근거.


8. 과대광고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식의 광고.


10. 일회용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용품이다. 자연적인 용품과 인위적인 용품이 있다. 탄생도 일회용이고 죽음도 일회용이다. 처녀도 일회용이고 동정도 일회용이다. 일회용 종이컵도 있고 일회용 라이터도 있다. 일회용 주사기도 있고 일회용 반창고도 있다. 전자는 자연적인 용품이고 후자는 인위적인 용품이다. 그러나 물질이 인간을 우선하는 사회에서는 모든 인간이 일회용이 되고 만다.


18. 정신병자
제 정신만으로 살아가는 인격자.

 

25. 명예박사
자신이 진짜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대학이나 학술단체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람.

 

27. 고성방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은 결코 훌륭한 가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취중에 만인에게 발악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행위. 외로움과 소외감의 또다른 표현. 비틀거리는 인생에 대한 절규. 소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 불필요성을 타인에게 확실하게 알리는 행위.

 

29. 고백
양심의 거울에 묻어 있던 가책의 먼지를 닦아내고 참회로써 자신의 본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마음의 자물쇠를 푸는 일이다. 오직 진실만으로 이루어지며 그 자체가 선행이다. 하나의 에술은 하나의 고백이며 모든 고백에는 감동과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다.


30. 수면제
배고픔은 참을 수 있어도 외로움은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일용하는 밤의 양식. 불면의 세월 속에 무성하게 자라오르는 허무의 수풀을 잠재우고 허약해진 육신의 아픔을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안식의 초대자. 꿈의 동반자. 소음제거제.


31. 삼라만상
라면 세 그릇으로 가득 채운 상.

 

32. 자살
자신의 목숨이 자기 소유물임을 만천하에 행동으로 명확히 증명해 보이는 일. 피조물로서의 경거망동. 생명체로서의 절대비극. 그러나 가장 강렬한 삶에의 갈망.


39. 총
새가 그 끝에 앉아 있을 때 가장 비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무기.


43. 빙하시대
지구의 전 생명체가 신으로부터 냉동시설의 혜택을 가장 공평하게 받았던 시대.


51. 술
마약이다. 절제하면 쾌락을 가져다 주지만 과용하면 불행을 초래한다. 마실 때는 찬양하게 만들고 끊을 때는 저주하게 만든다. 유사 이래로 물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는 술에 빠져 죽은 사람이 많다는 설도 있다. 뼈저린 아픔을 가슴에 간직한 사람들에게는 일시적인 쾌락을 담보로 영구적인 불행을 대부해 주는 악마의 독액이다. 그러나 술은 때로 사랑을 불 붙게 만드는 묘약이 되기도 하며 메마른 정서를 적셔주는 감로수가 되기도 한다. 이태백과 같은 시선詩仙은 술 속에서 달빛과 시를 건져내기도 했으며 오마르 하이얌과 같은 주성酒聖은 술 속에서 루바이야트라는 언어의 보석을 건져내기도 했다.


55. 주정뱅이
술이 인간을 마셔 버리고 동물만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인간임을 주장하려고 발악적으로 애쓰는 사람.


56. 엄숙
권위주의가 형식주의와 결합해서 만들어 낸 비만형의 부랑아. 타인에 대한 존엄성보다는 자신에 대한 존엄성에 집착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용상표. 자신을 사실 이상의 인격체로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착용하는 무형의 가면. 행사장이나 회의실 같은 장소에 의레적으로 동참되는 고위층의 들러리. 무언으로 강요하는 도덕의 중량.


60. 학구파
학점구걸파의 준말.


61. 개밥그릇
개의 먹이를 담을 수 있는 지상의 모든 용기


71. 허영
열등의식과 욕구불만을 원료로 배합하고 허욕이라는 향료와 허세라는 색소를 첨가해서 만들어 낸 마약의 일종이다. 중독되면 정신이 황폐해지고 영혼이 척박해진다. 자신을 실제보다 과장되게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 필요 이상 겉치레에 신경을 쓰는 특질을 나타내 보이다. 선척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중독될 위험이 더 높다. 중독되면 치료가 매우 어렵다. 허영의 둥지에서는 동경의 알이 부화되고 동경의 알 속에서는 향락의 새가 태어난다. 그 새는 사치의 날개를 활짝 펼쳐 중독자를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안내한다. 허영에 중독된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료기관은 아직 지구상에 설치되지 않았다. 백약이 무효하고 마음을 비울 수만 있다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사실만 상식화되어 있다.


72. 절망
혼수상태에 빠져 버린 희망.


74. 날개
산을 넘고 싶은 소망이 날개를 가지게 만든다. 바다를 건너고 싶은 소망이 날개를 가지게 만든다. 인간은 육신의 날개는 없지만 영혼의 날개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인간들은 한평생 자신에게 그런 날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산다. 욕망에 눈이 가리워져 소망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78. 영웅심
광기, 객기, 치기를 배후세력으로 삼고 있는 마음의 부랑아. 자신을 실제보다 확대시켜 타인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충동의 불덩어리. 마음밭에 겸손의 싹이 시들고 자만의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상태. 영웅심은 때로 분에 넘치는 욕망에 사로잡혀 이성을 상실케 하고 일생을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영움심은 때로 굴뚝새가 독수리의 흉내를 내게 만들기도 한고 새우가 고래의 흉내를 내게 만들기도 한다. 영웅심은 때로 불도저 앞에서 삽질을 하게도 만들고 고릴라 앞에서 들창코를 내밀게도 만든다. 모두가 군자들의 낙樂과는 거리가 멀다.


79. 공명선거
후진국에서 선거 때만 되면 슬로건으로 내거는 낙동강 오리알.


80. 동문서답
동쪽으로 가면 문래동이냐고 물으니까 서쪽으로 가면 답십리라고 대답하는 식의 문답.

 

86. 아파트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


88. 자만심
이 세상 만물들이 모두 자신의 스승임을 자각하지 못한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가장 심오한 착각.

 

94. 체면
자신을 인격적인 존재라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면에는 동물적인 욕망의 찌꺼기를 간직하고 있으면서 이면에는 이성적인 겸손의 미덕을 드러내 보이려고 할 때 습관적으로 착용하는 가면.

 

101. 여드름
사춘기를 맞이해 이성을 그리워하기 시작하면 큐피드의 화살이 안면에 집중적으로 날아와 꽂히고 그 흔적들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떤 방패로도 그 화살을 막을 수는 없으며 어떤 영약으로도 그 흔적을 지울 수는 없다. 다만 세월의 강물에다 자신을 맡겨 버리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일 뿐이다.


104. 자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구속된다. 생노병사에 구속되고 희노애락에 구속된다. 제도에 구속되고 형식에 구속된다. 개인에 구속되고 사회에 구속된다. 인간은 우주적 동물이다. 완전한 자유란 인간을 우주에게로 되돌려 주는 일이며 자연과 조화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일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이데올로기라는 괴물이 존재하는 한 완전한 자유는 오지 않는다. 제도라는 울타리가 존재하는 한 완전한 자유는 오지 않는다.


105. 사랑
반드시 마음 안에서만 자란다. 마음 안에서만 발아하고 마음 안에서만 꽃을 피운다. 사랑은 언제나 달디단 열매로만 결실되는 않는다. 사랑에 거추장스러운 욕망의 덩굴식물들이 기생해서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나를 비우고 너를 채우려 할 때 샘물처럼 고여든다. 그 샘물은 마음 안에 푸르른 숲을 만든다. 푸르른 낙원을 만든다. 온 천지를 둘러보아도 사랑의 반대말이 없으며 온 우주를 살펴 보아도 아름다움의 반대말이 없는 낙원을 만든다. 사랑은 바로 행복 그 자체다.

 

119. 열등의식
자신이 남에게 자랑할 만한 건덕지를 조금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생겨나는 우울의 늪지대. 신神의 공평성에서 제외된 생활형태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비하해서 생겨나는 의식의 지하감옥. 그러나 모든 진보는 열등의식을 그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새에 대한 인간의 열등의식이 비행기라는 괴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127. 하루살이
하루 만에 한평생을 사는 벌레.


135. 쓰레기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가공물들의 말로. 또는 지구가 바라보는 인간.

 

136. 텔리비전
수다스러운 가전제품. 시간과 채널만 조정해 놓으면 저 혼자서도 쉬지 않고 수다를 늘어 놓는다. 언론매체의 중심적인 위치에 놓여 있으므로 독재국가에서는 권력의 꼭두각시가 되어 우민화 정책의 선봉이 되기도 한다. 온 국민의 눈이며 온 국민의 입이지만 꼭두각시가 되면 온 국민을 벙어리로 만들거나 장님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에 주력하기도 한다. 때로는 자기도취에 빠져서 시청자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프로그램으로 아까운 전력을 낭비하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프로그램으로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생각케 만들어 주기도 한다. 외래문화의 쓰레기를 유입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고 전통문화의 진수를 찾아내는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광범위한 정보도 내장되어 있고 다양한 상품광고도 내장되어 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텔리비전에 조금씩은 중독되어 있다고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이성을 잃어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난다. 텔리비전에서 얻은 정보라면 무조건 신뢰해 버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텔리비전에 붙어 있는 동안 자신의 금쪽같은 시간이 엄청난 양으로 페기처분되고 있음을 허망해 하는 시청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137. 삼각관계
재능없는 작가들이 일용할 양식처럼 울궈먹는 작품의 뼈다귀.

 

158. 전쟁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기 위해 인류의 평화를 파괴시켜 버리는 정신질환적 집단행위.


159. 선진국
다른 나라보다 먼저 물질과 문명을 선택하고 자연과 인간을 버린 나라.

 

169. 인생
인간답게 살기 위해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걸어가야 하는 비포장도로.

 

177. 여자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난해한 학술자료다. 아무리 연구를 계속해도 그 본질이나 특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는 존재다. 때로는 얼음같이 차갑고 때로는 불같이 뜨겁다. 때로는 가시처럼 날카롭고 때로는 솜털처럼 부드럽다. 때로는 풀잎처럼 연약하고 때로는 칡뿌리처럼 강인하다. 남자들에게 사랑의 열병을 앓게 만드는 독향을 간직하고 있다. 사랑에 약하고 질투에 강하다. 어머니가 되었을 때 가장 성스럽고 아내가 되었을 때 가장 철부지가 된다. 변덕이 심하다. 눈썹을 한 번씩 깜빡 거릴 때마다 변덕은 두 번씩 일어난다. 남자는 마음에 의해 자신을 변모 시키지만 여자는 생각에 의해 자신을 변모 시킨다. 그러나 그 어떤 문장으로도 여자를 확실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단지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점은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나이가 들면 할머니로 변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187. 눈물
지상에서 가장 투명한 시詩.


188. 시詩
석탄 속에 들어 있는 목화구름.


189. 예술
술 중에서는 가장 독한 술이다. 영혼까지 취하게 한다. 예술가들은 숙명처럼 마셔야 하는 술이다. 모든 예술작품은 그들의 술주정에 의해서 남겨진 흔적들이다. 거기에는 신도 악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아름다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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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제가요 이외수씨 소설을 사실은 몇권 읽었거든요.
그런데요 하나도 머리에 남아있는 장면들이 없어요.
쥐 잡아 먹은건 외에는...
맞나? 너무 오래되니까 기억도 헷갈리네.

감성사전이라고 한걸 알았으니 시간내서 찾아 잘 읽어 보겠습니다.
^^
© SIR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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