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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땀좀 시키죠...[펌] 낚시이야기... 정보

기타 잠시나마 땀좀 시키죠...[펌] 낚시이야기...

본문

<펌> 잠시나마 땀좀 시키시죠

<친구얘기> 밤 낚 시

이곳는 익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오니,
수영 및 밤낚시를 절대 금합니다....

- 어느 저수지 경고문에서-

일한이 너도 아마 잘 믿지 않을꺼야..
내가 직접 경험했지만, 아직까지 믿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두 눈 으로 본 것은 확실해..의심나면 상호에게 물어봐.
그 놈도 다 보지는 못 했지만, 같이 있었으니까...

그날은 오늘처럼 몹시 무더운 날이었어.
찌는 듯한 날씨때문인지 모든 일에 의욕까지 상실될 정도였어.
시원하게 어디 피서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

그때 마침 상호에게 전화가 왔어. 좋은 낚시터가 있으니 밤낚시나 가자고..

원래 나는 낚시같은 것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그때는 더워서 그런지 어디 밖으로 나가는 것이라는 것에 흔쾌히 응했어.
지금 생각하면 좀 이상해..

평소에 잘 가지도 않는 낚시를 하필 그때 거기로 가게 되다니..
여하튼 평소에 낚시를 즐기는 상호가 모든 것을 준비 하고, 나는 텐트하고
술만 준비해서 가기로 했어.
끈적끈적한 도시를 탈출할 수 있다는데 마음이 설레기 까지 했지...

시외 버스 터미날에서 상호을 만나 그 놈을 따라 갔어.
버스안에서 상호는 정말 한적하고 좋은 저수지라며 한참 떠벌렸어.
2년전에 거기를 갔다 온 선배가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거야.

원래는 낚시터가 아닌데, 그 선배도 우연히 낚시를 하게 되었는데
고기반 물반이었다고 자랑했다는 거야.
상호도 그 얘기를 한참전에 들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그날에서야
처음 가게 되었다는 거야.

나는 3년전 정보를 믿고 가야된다며 핀잔을 주었지만,
그때는 별로 마음에 두지는않았어.

서울에서 한 두시간 반정도 갔을까..

버스는 고개를 몇 개 넘더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은 마을에 섰어.

상호는 다왔다며 내렸어.
너무 작은 마을이어서 이 마을에 저수지가 있을 것 같지 않았어.
나는 상호에게 이런 데 무슨 저수지가 있냐고 계속 핀잔했어.

상호는 자기도 확실히 들었다고 했지만, 너무 외딴 곳이었는지
자신없는 목소리였어. 혹시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물어볼까 했지만,
초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지나가는 사람이 어무도 없었어.

유령마을 같았지...

상호는 들은 기억을 되살려 마을을 가로질러 갔어.
아무도 안사는 마을처럼 쥐죽은 듯 했어. 마치 버려진 마을 같았지.....
좀 겁이 났지만 저수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금방 잊었어.

마을을 벗어나 좁은 숲길을 10분정도 걷다보니 이윽고 눈 앞에
저수지가 나왔어.
인공으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자연적으로 생긴 것 같은 저수지였어.

산골 마을에 있다고 보기엔 꽤 큰 저수지였어..
저수지 주위에 무성한 나무들을 보니,
사람의 손이 꽤 오랫동안 거치지 않은 곳 같았어.

너무 한적해 나는 상호에게 이곳에서 낚시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지..
상호의 대답은 간단했어. 말리는 사람도 없고,
특별한 간판도 없으니 그냥하면 되지않느냐 라는 것이었어.

혹시 누가 못하게 하면 담배값이라도 쥐어 주고 하자는 거였어.
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가 뭐해 상호의 말을 따라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어.

상호는 재빨리 낚시준비를 했어.
빨리 고기를 잡아 매운탕으로 저녁을 해 먹을 생각이었어.낚시를
시작하자마자 나와 상호는 놀랐어.
세상에 그렇게 쉽게 고기가 잡히는 곳은 없을거야.
미끼를 달아 던지자 마자 고기가 잡히는 거야.얼마나 신나던지...

한시간도 못되어 10마리도 넘게 잡았지. 물고기들도 다 큼지막한 것들이었지. 우리는 배도 고파지길래 그것들을 가지고 매운탕을 끓였지..
물론 가지고 온 소주도 곁들였지...참 좋았지 매운탕도 맛있고
술도 잘 들어갔어..

주위는 어느새 어두워졌어. 우리가 켜놓은 랜턴만이 불빛의 전부였어..
술이 얼큰하게 취하고 분위기가 음산해지니까 상호가 무서운 얘기를 들려줬어.
자기는 진짜라고 하는데, 글쎄... 아직도 믿을 수는 없는 얘기지만..

'윤식아.. 너 귀신 본적 있니?
하긴 이 정도 분위기면 물귀신이라도 나올지 모르지..
작년 이맘때 쯤이었을거야..

그때도 오늘같이 더운 날이었어. 친구들과 함께 피서차 설악산으로
가는 길이었어.

차가 막힌다고 서울에서 밤 11시가 다 되어 출발했어.
쉬엄쉬엄 가다보니 새벽 3시쯤.. 미시령에 도착했어.

대낮에 가기에도 험한 길인데, 밤이면 오죽하겠니...
더구나 밤안개까지 껴서 천천히 운전했어.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지나가는 차는 하나도 없었어...
운전은 친구가 했고 뒷자리에 탄 애들은 잠자고 있었어.

나는 운전하는 놈이 졸릴까봐, 졸음을 참으며 옆자리에 앉아 있었어.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천천히 가는데, 저 앞 길가에 헤트라이트
불빛 에 뭔가가 희끄무레한 것이 보였어...

차가 다가가면서 그게 가까이 보이는데 난 깜짝 놀랐어.
어떤 할머니가 흰옷을 입고, 우리를 보고 서 있는 거야.

그렇게 늦은 시간에... 소름이 쫙 끼치더라...

헤트라이트에 비치는 흰옷입은 할머니의 모습은 섬찟했어...
휙하고 지나가는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이런 시간에, 아무 것도 없는 산중턱에서 뭐하고 있는지...

운전하던 놈도 그 할머니를 봤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무서웠다고 하는 거야..

그런데 지나가고 보니 왠지 그 뭔가가 이상한거야...
그 이상한 점이 뭐였다는 것을 깨달았을때는, 등골이 오싹해졌어.

그 할머니는 그냥 서있던 것이 아니라 뒤로 걷고 있던거야...
운전하던 놈에게 얘기했더니 무서운 얘기 좀 그만 하라고 하는 거야.

이윽고 정상을 지나게 되었어.

나는 그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생각나 겁이 났어. 잠이 확 달아난 거지..
그 할머니 섬뜩한 모습을 잊어버리기 위해 운전하는 놈과
이런 저런 얘기를 했어.
험한 내리막 길이라 더욱 천천히 갔지.

운전하는 친구를 보면서 한참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벌벌떨면서
그 놈이 내 손을 꽉 쥐는 거야.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지...

휴...
무서워 죽는줄 알았어..

아까 봤던 그 흰옷입은 할머니가 저기 앞에 서 있는거야..
이번에도 똑같이 뒤로 걸어가고 있는거야...

나는 움직일 수도 없었어.
운전하던 놈도 움직일 수 없었는지 그 할머니 옆을 지나 낭떨어지
쪽으로 계속가는 거야. 내 비명소리에 간신히 핸들을 틀었어..

지금도 아찔 하다.

최면에서 깨어난 듯,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뒤를 돌아보았지..
어둠속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 그 흰옷입은 할머니는 깜쪽같이
사라진 거야...

식은 땀으로 온 몸이 젖었지..

그때 뒷자리에서 자던 놈들도 차가 갑자기 흔들리자 깨어났어.
그런데, 그 자다 깨어난 친구 들이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얘기하는데,

둘다 똑같은 꿈을 꾼거야..
바로 흰옷입은 할머니 꿈을 꿨다는 거야..

자기들의 손을 잡고 어딘 가로 끌고 가려고 했다는 거야.
싫다고 하는데도 손을 꽉 붙잡고 안 놓아 주었다는 거야...

그러다 갑자기 잠이 깨었고... 더욱 섬찟한 것은 둘 다
똑같은 꿈을 꾼거야... 우리는 모두 창백해 질 정도로 겁에 질려
간신히 미시령을 내려왔어.

우리 넷은 그 할머니가 귀신이라는 것을 확신했어.. 얼마나무서웠는지...
나중에 속초에서 우연히 만나 버스 운전사 아저씨에게 들은 얘긴데,

미시령의 귀신 얘기는 유명하대..
밤 늦게 운전하던 사람 앞에 나타나 교통사고로 목숨을 앗아간다는 거야...
때로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때로는 젊은 여자의 모습으로,
때로는 아이의 모습으로.. 다들 뒤로 걷고 있는 모습이라는 거야..

그 귀신들이 왜 거기 나오냐고...
옛날에 산사태로 죽어간 사람들의 혼령이 미시령에 어려있다는 거야...
그 아저씨 말은 믿기 힘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본 것은
귀신이었다는 거야...

무섭지.....'

상호 그 자식 얘기를 들으니 소름이 쫙 끼쳤어.
밤에 아무도 없는 저수지 에있는 것 자체가 무서워졌어..

상호는 내가 무서워하는 것에 만족해 하며 술을 들이켰어.
소주를 다섯병 가져갔는데 평화롭고 한적한 분위기탓 인지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어. 그게 화근이었지... 너도 알잖아?

상호 이 자식 금방 취하고, 취하면 경애 얘기 끄내는 거...
그날도 예외는 아 니었어.. 갑자기 경애 얘기를 꺼내더니 혼자 술을 막 마셔대는 거야.. 말려도 소용없더라...

한참을 넋두리 하더니, 푹 쓰러지는 거야..

그자식 술 먹으면 항상 그러잖아..
취해서 그 자리에서 자는 거야 지겨운 자식.

그때부터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거야.. 황당했어.
아무리 깨워도 상호는 이미 인사불성이었어. 어의가 없더라...
자기가 여기까지 낚시하러 오자고 했놓고선....

어쩔 수 없이 텐트로 그 놈을 옮겼어...
그 놈을 텐트로 옮기고 나니 갑자기 무서워졌어.
이렇게 어둡고 아무도 없는 곳에 나 혼자 깨어있다는 것이...

상호 자식은 무심하게 코까지 골고 자고 있었어...
나도 상호 옆에 누워 잠이나 청할까 했지만, 낚시와러 여기까지 와서
그냥자기는 억울했어.. 일어나서 낚시대 앞에 앉았지...

시간은 어느새 11시가 넘어있었어..

얼마전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던 저수지 주변에,
갑자기 물안개가 끼기 시작 했어.
순식간에 주위는 자욱한 물안개로 뒤덮혔어.정말 음산하고 으시시 했어.

그런 분위기에서 가만히 앉아 찌만 보고 있으니, 더욱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뒤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 같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물에서도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아 떨렸어.
상호가 들려준 얘기까지 생각나니 더욱 무서워지더라...

그리고 이상한것은 아까 초저녁에는 그렇게 잘 잡히던 물고기들이
다 어디갔는지 입질이 하나도 없는거야...
수면까지 잔잔하니까 더욱 무서워지는 거야...

정말 세상에 나 밖에 없는 것 같았어... 도저히 무서워 무슨 밤낚시냐하고
짐을 챙겨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때였어.

`여기서 밤낚시하고 계신가요?`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갑자기 사람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린 거야.
너무 놀라서 가슴이 덜컥하고 내려앉았어..

목소리 나는 쪽을 돌아 보니 중년의 사내가 어느새 내 옆에 있는거야..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답했어..
그 사람은 자기는 이 마을 사람인데 잠이 안와서 산책나왔다가
불빛을 보고 왔다는 거야.

이 시간에 산책을 이렇게 깊숙한 곳 까지 왔다는 것이 좀 이상했지만
별 생각없이 들었어.
그런데 그 사람은 음산 한 목소리로 내게 경고를 하는거야.

`그런데 하필 여기서 밤낚시하고 계시죠? 여기 올 때 경고판을 못 보셨 나보죠.
거기에 보면 여기서 밤낚시와 수영은 하지 말라고 써 있는데..
금지하는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3년전부터 지금까지 이 저수지에서 20명이 넘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어요.
수영하다가 익사한 사람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밤낚시하다가 익사한 사람도 많은 거예요... 그래서 결국 밤낚시도 금지하고 수영도 금지한 것이지요.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저수지에 빠져 죽은 것엔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3년전에 바로 이 자리에서 한 처녀가 자살했거든요..
그 후 여기서 물에 빠져 자살한 사람이 계속 생기는 거예요..
그러더니 수영하던 아이들도 물에 빠져 죽고,
낚시꾼들도 익사체로 발견되고....

들리는 얘기해 의하면 그렇대요..
오늘 밤같이 짙은 물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 여기서 밤에 낚시하고 있으면,
밤 1시쯤에 저수지 저쪽에서부터 철썩 철썩하는 물소리가 들린데요.
그 소리가 점점 다가오고...
그 처녀 귀신이 물속에서 천천히 떠올라 낚시꾼을 물 속으로 데리고
들어간다는 거에요...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좀 으시시하죠....
이 말을 믿으시면, 빨리 낚싯 대를 거두고 여기서 떠나는것이 좋을 걸요...
흐흐...'

그 사람은 음침한 목소리로 얘기를 하고, 기분나쁜 미소를 지었어.
나는 무서워서 식은땀이 흘렀어.

하지만, 그 사람의 사악한 눈빛과 기분 나쁜 웃음을 보니,
나를 겁주려고 거짓말하는 것 같았어.

괜찮다며 낚시나 계속하겠다고 대답하니
그 사람은 노골적으로 비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어.

`겁이 별로 없으신가봐요... 저라면 이렇게 혼자라면 무서워 집에 가겠는데...
그럼 낚시 잘하세요... 아무 일 없이....`

기분나쁜 말을 던지고 그 사람은 올때처럼 마찬가지로
어둠속으로 스르륵 사라졌어...

사라져 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니 갑자기 소름이 쫙 끼쳤어.

앉아있을때는 어두워서 몰랐는데 걸어가는 것을 보니 방금 물에서 나온
사람처럼 온 몸이 젖어있었고 맨발이었던 거야...

내가 잘못 봤으려니 하고 좀더 자세히 보려고 하는 순간 그 사람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

별 사람 다있네라는 생각을 하고 낚시나 다시 하기로 했어.

가만히 떠있는 찌를 보고 있는데,
자꾸 그 사람이 한 말이 생각 나는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자꾸 시계를 보게 되었어..

시계바늘은 점점 1시로 다가가고 있었어..
그 사람이 한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 라고 위안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맥박이 점점 빨라지며 겁이 나기 시작했어.

물고기는 웬일인지 입질도 안하고 있었어. 자꾸 딴 생각을 하려고 했지만
시계쪽으로 눈이 가는거야..

신경쓰지 않으려고 시계를 풀어놓고 낚시에 집중했지만,
점점 무서워지는거야.

사방은 쥐죽은 듯이 고요했어.
짙은 밤안개는 솜처럼 소리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어.
모든 것이 멈춰있는 것 같았어. 나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가만히 있었어.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풀어놓은 시계를 보니, 어느새 1시가 된거야.
가슴이 철렁하더라... 나도 모르게 떨리더라.. 유심히 귀를 기울여 봤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거야..

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그 헛소리 한 사람에 대해 속으로 욕을 했지.

그때였어.
저 멀리서 희미하게 철썩하는 소리가 들린것 같았어.
온 몸이 얼어붙는 듯 했어. 정신을 집중해서 귀를 귀울였어..
잘못 들은 게 아니었어. 그 철썩하는 소리는 천천히, 하지만
점점 가까이오기 시작 했어.

온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어. 빨리 상호를 깨우러 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

그 소리는 점점 다가왔어. 천천히 다가 오는 것 같던 그 소리는 순식간에 바로 앞에서 들려왔어.

나는 간신히 랜턴을 들어 그 소리가 나는 쪽을 비췄어.

휴...

온 몸에 소 름이 쫙 끼치고, 무서워 죽는 것 같았어...
불빛에 비친 것은 지저분해진 소복을 입은 여자의 모습이었어.

수심이 그렇게 얕을 것 같지는 않은데, 다리는 반쯤 물에 잠겨 있었고,
온 몸은 물에 젖은 채였어... 젖은 머리는 풀어헤쳐져 있었고
얼굴은 섬찟할 정도로 창백했어.

제일 무서웠던 것은, 그 여자의 눈이었어.

두 눈을 뭔가가 파먹은 것처럼 횡한거야.

눈에 눈동자가 없이 검은 구멍 만 보이는 거야...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그 여자는 물에 반쯤 잠긴채로, 한손으로 물을 철썩 철썩하고 치는 거야.

그러면서 점점 다가오는 거야...
너무 무서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나는 앉은채로 필사적으로 뒷걸음질쳤지.
그런데, 뭔가 축 축한 것이 뒤에서 나를 물쪽으로 미는거야.

너무 놀라 뒤를 돌아다 보니, 세상에...

아까 내게 물귀신 얘기를 들려준 그 남자가 씨익 웃고 있는거야.

그 사람역시 온몸이 젖은 채로 나를 물로 밀고 있는거야.

나는 필사 적으로 바둥거렸지. 하지만 소용없었어..
어느새 물속에서 다가온 그 여자가 내 다리를 잡아 물속으로 끌어들이는거야. 뒤에서는 그 남자가 밀어대고...

아무리 저항했지만, 내 몸은 점점 물에 빠져 들어갔어.
다리에 차가운 물의 감촉이 느껴졌어. 서서히 내 몸도 물에 빠져 드는 거야..

그 여자와 남자는 계속해서 나를 물로 집어넣었지.
나는 차라리 이 공포의 순간이 일찍 끝나고 그냥 죽어버리기를 바랄 정도였어.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저항도 못할 지경이었어.
결국 얼굴까지 물에 잠기고 이제는 꼼짝 없이 죽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발목을 잡은 그 여자는, 나를 계속해서 물 속에서 잡아 당겼고...

점점 숨이 막혀오고, 정신이 희미해졌어..

그 순간, 누군가가 내 머리를 잡고 물밖으로 거칠게 꺼냈어.
나는 물밖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어.

나중에 알고 보니 나를 물속에서 꺼낸 사람은 바로 상호였어..

상호말로는 자다가 목이 말라 일어났는데 밖에 낚싯대만 보이고
내가 안보여서 텐트에서 뛰어 나왔다는 거야.

그런데, 내가 저기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뭐가 밑에서
잡아당기듯이 쑥하고 가라앉았다는 거야. 그걸보고 뛰어 들어
나를 구한 것이지.

상호는 나를 물밖으로 꺼낸 다음 무슨 일이었냐고 흥분 해서 물어보는 거야..
나는 숨을 몰아쉬며 대답하기에 앞서 랜턴으로 사방을 비추어봤지만,
아무 것도 안보였어.

재촉하는 상호에게 내가 보고 경험했던 것들을 다 얘기해주었지..

상호는 당연히 믿지 않더라..
그도 그럴것이 그때 시간이 새벽 4시인거야.

나는 시간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
분명히 물위의 그 여자를 본 것이 1시였는데,
어느순간 3시간이 흐른 것이야.

상호는 내가 술에 취해 낚시 중에 졸다가 물에 빠진 거라는 거야.
내가 본 귀신들은 꿈을 꾼 것이고...
그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나는 인정 할 수 없었어.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은 내가 생생하게 경험한 것이었거든 ...

내가 하도 강력하게 주장하니까 상호는 혼잣말 비슷하게 한마디 했어

`..그래서 그 선배가 밤낚시는 하지 말라고 했나?`

상호와 나는 젖은 옷을 말리며, 이제 낚시고 뭐고 집으로 가자고 했어.
나는 더 이상 이런 무서운 곳에 있고 싶지 않았어.

옷을 말리고 짐을 싸니 어느새 주위가 뿌옇게 밝아왔어...
그렇게 자욱하던 안개는 흔적없이 걷히고....
나는 꾸물럭거리던 상호를 재촉해서 그 저수지를 빠져나왔어..

저수지를 벗어나오려는데, 발 밑에 뭔가가 밟혔어. 뭔가 보니 간판같았어..
혹시나 하고 그 쓰러진 간판에 쓰여 있는 것을 읽어 보았는데...

충격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어.

거기에는 빨간 글씨로 `이곳은 익사가 빈번하게 발생하 는 지역이오니,
수영 및 밤낚시는 절대로 금합니다.` 라고 써 있는 것이 었어.

그 사람이 아니, 그 귀신이 얘기해준 그 간판이었던 거야.

그러니 내가 본 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던 거야.
저수지를 빠져나오며, 나는 흥분해서 상호에게 한참 설명하고 있는데
자전거를 끌고 한 사람이 지나는 거야.

그사람은 낚시꾼차림으로 저수지에서 나오는 우리를 보고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어.

"당신들 거기서 밤낚시하고 오는 거예요? 간판은 못 봤수....
당신네들은 아무 일 없었소?

3년전부터 거기서 밤낚시를 하거나 수영한 사람은 거의 물에 빠져 죽었어요...

아무리 용하다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해봐도 소용없었죠.

거기에는 한에 서린 물귀신이 있어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 근처에는 얼씨도 않하죠..

3년전 어느날 바람난 정씨와 딸 또래의 술집여자가 거기서 자살했거든요...

마을 사람들이 하도 손가락 질하고 괴롭혀서 였는지.....

그 후 그 저수지를 맴돌면서 사람을 물로 끌어들이는 거에요..
한을 품은 물귀신이 된거죠....." <끝>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4-09-04 15:09:26 유머게시판(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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