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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 적합 판정이 나왔습니다. 개발자유니온은...? 정보

청년유니온, 적합 판정이 나왔습니다. 개발자유니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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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자를 위한 노조, 청년유니온에 대해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도 이제 한 목소리로 좀 더 크게 소리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나마 다행한 일입니다.
 
 
 
예전에 사이트 견적을 내 달라고 해서 자료까지 준비해서 출장을 간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여러군데 견적을 낸 상태에서 조금 더 싸게 견적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저를 부른거였습니다.
석재상 소개와 갤러리가 필요한 사이트였는데 제가 만들기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이기도 해서 150만원 견적에 일주일 작업시간을 잡았습니다.
상담자가 정색을 하더니 어제 견적을 봤던 곳에서는 30만원에 해 주기로 했는데 다섯배를 부르면 거의 사기 아니냐고 합니다.
마시던 커피잔을 놓고, 다른데 견적을 더 보시면 10만원에도 해주겠다는 업체가 있을거라며 나왔습니다.
결국은 그 사람은 30만원에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이미지 몇 개와 제로보드가 설치 됐습니다.
 
50만원, 80만원에 쇼핑몰을 만들어 달라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쇼핑몰은 100만원짜리 솔루션을 사서 쓰더라도 견적은 250~300만원 밑으로는 작업이 불가능 하다며 돌려 보냅니다.
결국 그 사람들도 50만원, 80만원에 쇼핑몰 만들었습니다.
 
거의 천여만원을 받고 만들어 준 부동산 사이트를 보고 와서는 이렇게 만들려면 얼마전도 드냐기에 천만원정도 든다고 하니 혀를 내두르고 갑니다.
다음 날 다시와서 랭크업과 디자인몰을 보여주더니 이 솔루션을 구입해서 작업 해 주면 얼마정도 드냐고 하기에 인건비만 받아도 250은 줘야 한다고 하니 다시 혀를 내두르고 갑니다.
결국 다른데서 150에 허접한 솔루션 하나 달고와서는 150만원에 할 수 있는 걸 너는 사기꾼 아니냐고 합니다.
 
원주에서 저는 꽤 오래 사기꾼 이미지가 됐습니다.
많이 힘들던 차에 온라인 프리랜서 그룹이 있기에 가입하고 프리랜서 등록을 했더니 전국에서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하청일도 받으면서 몇년간을 원주에서는 의뢰를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 견적만큼은 받아야겠는데 의뢰하려는 사람은 터무니 없는 가격만 제시하고 속으로, 네가 어디가서 그 돈으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겠냐고 생각하지만 그 가격에 작업 해 줄 사람은 항상 있었습니다.
 
 
원주에 먹튀로 유명한 3개 회사가 있었습니다.
지자체 지원도 몇억씩 받아 본사 사무실만 원주로 두고 다 서울로 튀었습니다.
저같은 사기꾼 프리랜서와 먹튀 업체들까지 속출하니 사람들은 홈페이지 만드는 사람 = 사기꾼이란 공식이 생기기 시작 했습니다.
원주*트로, 그*일기 이런 이름으로 활동하던 프리랜서 그룹들도 꽤 여러개 있었습니다.
저에게 대쉬했던 그룹들이지만 거기에 속하면 함께 침몰할게 빤히 보였습니다.
제로보드 설치 할 수 있는 사람은 프로그래머, 포토샵 다를 수 있는 사람은 디자이너입니다.
우리 조카도 미니홈피에 사진 올리느라 초등학생 때부터 포토샵을 다룰 줄 알았는데 포토샵 좀 다룰 줄 안다고 디자이너라고 앉아 있습니다.
어떤 그룹은 가끔 차라도 얻어 마실려고 들리면 남자들은 게임하고 여자들은 인터넷 서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겉보기엔 참 그럴듯한 기업 형태를 띄고 있었습니다.
실상을 잘 모르는 의뢰인들이 이런 곳에 프로젝트를 맞겼다가 실망하고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다른 SI 개발자들은 실정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웹개발 분야에서 우리가 대접 받지 못하게 된 이유 중에는 우리 스스로도 조금씩은 일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말머리에 언급한 청년유니온, 축하는 하면서도 부럽습니다.
우리의 부당함도 많은데, 우린 한 목소리로 사회를 향해 말 할 수 없다는게 애석합니다.
우리나라 유일한 IT 노조가 민주노총에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코스콤 문제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으므로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 IT 관련한 단체는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 때 문전박대 당한 후의 화끈거림이란...
 
우리는 누군가 개발자가 꿈이라고 하면 힘들고 대접 못 받는 개발자를 왜 하려고 하냐, 하지 말라는 답변을 달아 줍니다.
2년 전 제가 네이버 지식인에서 어느 중3 학생의 질문에 달았던 답변입니다.
우리는 부당한 처지에 적응한건지, 개선 의지보다는 후배들에게 포기를 조언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발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번도 힘들고 돈 안되는 일이니 하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걱정 되는게 있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은 했지만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변화를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 바로 나, 우리 세대의 개발자들인데 우리가 바꿀 수 있을지 확신이 없습니다.
젊은 청년 실업자들도 본인의 사회적 부당한 처지에 맞써 싸우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데 우리는 한 번도 싸워본적 없이 좌절 해 버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비용은 얼마정도 받아야 할까요?
이런 질문에 가장 많이 달리는 답변은 "네 몸 값은 너만 알 수 있으니 네 마음대로 해라"입니다.
그누 뿐만 아니라 PHPSCHOOL, 지식인에서도 비슷한 현상입니다.
질문자의 입장을 해아려, 정보가 부족하면 질문자에 대한 정보를 더 얻기 위해 대화를 시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질문자의 경력은 어느정도인지, 전공자인지, 포트폴리오는 어떤게 있는지 등 질문자가 알아서 말해주면 좋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답변자가 질문자에게 관심을 갖고 질문자의 정보를 물어 볼 수도 있는데 그런 시도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소통이란 이런 역지사지에서 시작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느낀 개발자들의 특징은, 자기가 언제나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하다보면 내가 최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타인과의 소통을 꺼리고 내가 최고라고 믿는 그 자리를 고집하려는게 아니겠나, 저만의 생각입니다.
 
저도 그렇게 마음을 닫고 살았던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2000년에 처음 웹개발로 전향(?)하고 나서 나 혼자만의 세상에 갖혀 나만큼 잘 하는 사람은, 적어도 사방 100Km 내에 없을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나 혼자만의 세상에서만 최고였으니 나는 항상 제자리였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열고 그누보드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다른 사람이 만드는 프로그램이나 팁도 보면서 요 몇년동안 과거 7,8년 동안 공부 했던 것보다 더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술마신것도 아닌데 글이 길어졌네요.
무리인줄은 알지만 개발자라는 공동체의식, 그게 참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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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정독했습니다.
저는 항상 제가 만든 걸 저보다 조금 더 아는 사람이 꼭 보게 될거라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많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때문에 부담감에 짓눌릴 때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원래 MIS전공인데 (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3년퇴했지만) 졸업하고 IT계열 있는 선배들 중 열에 아홉은 그랬었습니다. 넌 IT 오지마라... 형 저 어차피 공부 안하는데요... ㅎ;;
왜 IT는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없는 걸까요. 더군다나 웹은 더더더더한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깔짝, 디자인 깔짝하는 야매가 몇줄을 찌그리고 갑니다.
좋은 글입니다.
웹개발은 안하지만 IT쪽도 이런 자성과 노력이 있어야 발전한다고 봅니다.
이런 좋은 글에 댓글이 3개밖에 없다는것이 안타깝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그 청년유니온을 바라보면서 '개발자'나 '디자이너'나 이런 유니온을 만드는게 어떨까 했지만,
빨리 현실로 돌아왔죠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은 각 직업별로 유니온이 생기겠지'하면서요. 그건 정말 감당못할 싸움이 될것 같았거든요.

저는 개발을 하고자하는 동생들에게 포기보다는 '자신의 의지'에 많이 맡기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목표로 삼고 있는 일은 언제나 시련이 있다. 그리고 언젠간 꿈만 보고 달려가지 않고 현실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며 지름길만 찾게 될지도 모른다. 어디를 가도 꿈은 이루어져 있는데, 그 꿈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한번 해봐."

라고 (저렇게 길게는 아니지만) 말해주곤 합니다.

'하지마' 보단 '한번 도전해봐'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겁니다.

제 꿈은 그래서 아직도 멍청하게 '백발의 개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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