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학부생들 캡스톤디자인 심사를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일부는 작년에 제가 수업했던 친구들도 있습니다.

차마 그 자리에서는 말을 못했지만 총평을 하자면 90년대 우리 보다 퀄리티(수준)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가 지방 국립대이긴 하지만 취업현장에서는 in서울 출신들보다 알아주고 대접받던 학과였습니다.

서울에서 매우 유명했죠. 저희과가.

물론 개발자들 사회에서...

그 덕분에 저는 지방에 있으면서 서울에 있는 선후배들 덕에 하청을 많이 받았습니다.

90년대에는 학교가 통폐합 되기 전에 전문대였습니다.

그래서 2년 동안 정말 빡빡하게 수업하면서 실무 중심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졸업하면 당연히 프로그래머가 되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였고 한 두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 한다거나 개인 사업을 하거나 했습니다.

지금은 학교 환경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여기가 내가 다니는 학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시설도 좋아졌고 국립이다 보니 금전적인 지원이 많습니다.

나라에서 책값도 지원 된다는 거 이번에 처음 겪었습니다.

우리 때는 책값 천원 깎으려고 애들 모아서 서점에서 공동구매하고 했는데 격세지감입니다.

제가 이런 환경에서 학부생이였다면 정말 학교 다닐 맛이 났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캡스톤디자인 심사를 보면서 전체적인 학생들 수준을 보고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학교 환경은 좋아졌지만 사회 환경은 사실 우리보다 훨씬 좋지 않으니 말이죠.

아이들이 의욕이 없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몇몇 학생들 상담을 해 주고 나면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요즘 학생들 왜 웹을 배우지 않을까?

힘들고 돈 안되니 안 배운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저 역시도 그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웹이라고 하면 홈페이지를 우선 떠올립니다.

많은 학생들이 WEB(WWW)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웹개발을 공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 그런 지식적인 측면보다 동기부여가 없다 보니 이 어려운 공부에 나를 투자해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죠.

초등학교 입학해서 대학생이 될 때까지 우리나라 교육이 80년대 구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아직도 은연중에 아이들에게 평생직장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걸 하다 안 되면 다른 거 하면 된다는 생각을 못 합니다.

하다 안 되면 실패라는 생각을 하고 거기에서 오는 강박증 때문에 자기 인생, 진로를 쉽게 결정하지 못합니다.

실패는 곧 패배라는 사회 인식이 이 아이들과 우리 모두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죠.

WEB이 단순히 PHP+MySQL로 프로그래밍 하고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한 학생이 저에게 진로 상담을 요청 했을 때 확실한 미래를 제시해 주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WEB이란 게 상당히 저평가 돼 있고 사용자들의 낮은 이해도 때문에 개발자들의 고충이 상당합니다.

눈에 보여지는 것으로 평가 받다보니 우리는 싸구려 웹쟁이들 취급 받기가 쉽습니다.

외국과 비교는 참 무의미 한 거 같습니다.

이런 우리들, 지금의 학생들에겐 사회 선배가 되겠죠.

잘 되야 합니다.

길을 잘 닦아 놓아야 뒤따르는 후배들이 있을거라 봅니다.

당장 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후배들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할 수 있지만, 그냥 우리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다 잘 먹고 잘 살아야 저도 거기에 묻어 갈 수 있고, 후배들에게도 위신이 서고 우리나라 WEB 시장도 머잖아 외국처럼 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갖어 봅니다.